무지, 나의 삶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무지, 나의 삶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또르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2회 작성일 18-04-25 21:32

본문

무지, 나의 삶

 나는 참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나에게 삶이란 무지였고, 그것이 힘들었다. 뚜렷한 목표가, 목표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없어 보였다.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무기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라는 나이에 나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서야 무언가 알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에게 큰 슬픔은 없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다. 아니 슬픔이라는 것을 인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날 울었었다. 나는 그 날밤, 아버지의 병실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엄마에게 미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와 내 동생은 대학에 꼭 보내라고 우리 아버지는 똑똑했다. 동시에 가난했다. 늘 아버지의 후회는 '대학'이었다. 나는 식어가는 아버지의 차가운 두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눈물을 흘렸다. '아빠가 죽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아버지의 고향인, 아버지가 좋아하는 강원도를 여러 번 여행을 갔었으니까. 지금 보면 아마 아버지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지는 똑똑했으니까…그리고 우리 생활에 부족함이란 것이 없었으니까 아버지는 바쁜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의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슬프다. 
 나는 죽기 전의 병실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는 병실에서 늘 종이학을 접으셨다. 소중한 시간을 스도쿠 퍼즐이 아니면 종이학만 접으셨다. 무료함이었을까? 소중한 시간을 남들이 보기에 의미가 없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셨다. 나는 아버지의 괴로움과 웃는 모습, 아버지에 대한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어릴 적 게임을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 내가 왜 게임에 빠졌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명료하다. 게임이라는 세상은 뚜렷한 목표와 뚜렷한 보상이 있다. 아마 그 점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현실이 귀찮았다. 우리 어머니는 참 힘드셨을 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게임 속으로 회피해버린 아들과 나보다 한 살 어린 철없는 동생… 어머니의 괴로움의 아픔을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부족함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싫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번 돈을 수술비로 모두 쓰고, 어머니는 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자기 자신에게 채찍질하셨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피 같은 돈을 게임방, 게임머니 충전으로 엿바꿔 먹었다. 나는 어린 날에 나의 행동에 반성한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부족함을 알려주기 싫어했음을 나는 다른 이야기로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저소득층'이 아니었으면 했다. 죽기 전 아버지의 유언으로 나는 부족함 없는 '저소득층'이 됐다. 그 부족함이 없을 수 있었음에는 어머니의 피와 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담배는 어느새 어머니의 손에 가 있었다. 어머니도 나처럼 담배로의 도피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를 놓지 않으신 것에 대해 지금도 나는 감사하다. 
 3년, 어머니가 담배를 끊은 지 3년이 되었다. 우리 엄마는 피로를 자주 느끼셨다. 당뇨였다. 우리 엄마한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아들과 중학교 2학년의 딸, 우리 엄마라면 우리를 제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늘 하던 말이 변했다. 물론 예전에도 여느 어머니처럼 공부하라는 시시할 법한 소리는 안 하셨다. 옛날에는 그냥 나의 진로에 대해서 걱정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는 나보고 건강을 챙기라고 하신다. 아직 나는 이렇게도 어린데 말이다. 우리 엄마는 일상을 일에서 운동으로 바꾸셨다. 그러고는 늘 하시는 말이 "나중에 너희에게 걱정 끼치기 싫다." 우리 어머니는 현실적이시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소를 얻기보다 대를 찾기 시작하셨다. 내가 어머니의 일에 대해 대, 소를 가르기엔 다소 어이가 없지만 말이다.

 내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고등학교 들어서다. 아버지는 가족을 잃었다. 아니 잃게 했다. 그래서 그렇게 슬퍼하셨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나는 가족을 잃기 너무 두려워졌다.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을 잃고 싶지 않다. 그 두려움을 떨치려면 힘을 내야 하는데 내가 굳건히 서야 하는데. 그 두려움 때문에 나는 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아니 사실 내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함에도 겁을 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더욱더 느껴진다. 그 빈자리의 공허함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미치게 한다. 

 나는 '저소득층' 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척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저소득층임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물으신다. 나는 매번 그런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내가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는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욱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냐고 대답한다. 그래서 나는 진로도 사회복지사로 정했다. 근데 나 자신도 어머니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밉다.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역겨운 느낌이 든다.
 나는 결국 알지 못했다. 어머니를 알지 못했고 아버지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알지 못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54건 4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5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9-01
156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8-23
1562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8-15
156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8-13
156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7-30
1559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7-21
1558 인생만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07-15
15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7-11
1556 소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 07-05
1555 소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7-04
155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1 06-22
155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6-20
155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6-19
155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6-16
155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6-15
154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6-14
1548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6-04
154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29
154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5-28
1545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05-25
1544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5-16
1543
장미의 계절 댓글+ 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 05-14
1542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05-02
154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4-27
154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4-26
1539
사진일기 댓글+ 2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1 04-24
153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4-24
15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2 04-18
153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3 04-15
1535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4-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