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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아 고맙다/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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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3회 작성일 18-08-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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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아 고맙다

윤재석

점심은 별미 호박죽이었다.
대문 틈새에서 자란 늙은 호박을 길쭉하게 썰어, 껍질을 벗기고 말렸다.
오늘 호박죽의 재료가 된 것이다.
호박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뜨거운 햇볕 아래서 커온 녀석이다.
호박이 무성하게 크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잎과 애호박은 반찬거리로 사용한다.
호박은 기르는 재미도 있다.
꽃은 예쁘다는 치사가 없어도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인다.

겨울이 지나고 땅이 녹으면 아내는 서둘러 2월에 호박씨를 심는다. 상
추나 아욱도 씨앗을 뿌린다.
어느 날, 일찍 심은 호박씨가 궁금하여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호박의 떡잎이 어른 엄지발가락 정도로 컸다.
상추와 아욱도 제법 싹이 파랗다.
상추와 아욱이 자라면 훌륭한 반찬거리가 될 것이다.
이들 씨가 그토록 작은데도 추위를 이기고 싹을 틔운다.
참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생명력의 강인함을 느꼈다.

호박 줄기는 잘 자란다.
호박잎은 4∼5월을 보내고 나면 담장을 타고 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뻗어 나간다.
호박 손이 커가면서 여기저기를 꼭꼭 붙잡아 놓는다.
여름철 비바람을 견뎌 내기 위한 지혜로 여겨진다.
호박은 줄기가 무성하고 잎이 넓어서 옆의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면
다른 나무가 고역을 치른다.
나무를 보호하려고 호박 몇 포기만 심자고 하는데 아내는 호박이 좋다며
내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줄기가 무성히 뻗어나면서 호박을 열려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호박꽃의 색은 노랗고 꽃술이 탐스럽다.
노란 호박꽃에는 꿀이 많은지 벌 나비들이 모여든다.
새까맣고 큰 벌은 아예 호박꽃으로 파고들어 몸이 보이지 않는다.
호박꽃은 여기저기 많이도 핀다.
다른 벌과 나비는 저마다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아 꿀을 따서 돌아가고
다시 오기도 한다.
벌과 나비가 가고 나면 튼실한 호박이 열리기 시작한다.
아마 교접을 잘해주고 갔나 보다.

여름 햇볕에서 왕성히 커 나간 줄기에 많은 호박이 열리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꽃과 함께 미리 달린 녀석도 있다.
정말 잘 큰다.
우리말에 잘 크는 것을 비유하여 호박 크듯 한다고 한다.
호박을 보고 나서 얼마 안 있으면 주먹만큼 자란다.
호박나물에는 씨가 생기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반찬거리로 좋은 호박을 따서 밥 짓는 솥에 삶아서 양념을 하면
좋은 반찬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 가운데 하나다.
약용과 간식거리로도 쓰인다.
부침개에는 이만한 재료가 없다.
여름 비 오는 날 호박을 납작하게 썰어서 전을 만들어 놓고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그 맛은 일품이다.

시골에서 살 때는 부모님께서 애호박이나 풋고추를 따는 것을 경계하셨다.
다 익도록 놓아두지 않고 따면 중간에 생명을 빼앗은 것과 같다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커서 수확하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속 깊은 말씀이셨다.
가끔 아내에게 이 말을 해 주기도 한다.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른들의 생각을 본받고 싶어서다.
사람의 인성을 기르는 말씀처럼 여겨져 지금도 내 안에 간직하고 있다.

가을이 다가오면 애호박은 썰어서 말리기 시작한다.
겨울 반찬으로 쓰기 위해서다.
가을 햇빛에 정성 들여 말려야 하얗게 마른다.
습기가 많아서 잘못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변질되어 버린다.
다 마르면 망사로 된 양파 주머니에다 넣어서 양지쪽에다 매달아 둔다.
그 속에서도 바람 타고 마른다.
그래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올 채비를 한다.
호박잎이 그렇게도 무성하더니 서리를 맞고는 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늙은 호박이 하나둘 나타난다.
말려서 보관한 호박은 떡을 만들 때 넣어서 입맛을 내기도 한다.
봄철이면 별미로 호박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호박은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많다.
우리 집의 건강과 별미를 주는 좋은 먹거리 재료가 되고 있다.
다이어트나 고혈압 치료에 효험이 있다 하여 건강원에서 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내게는 딱 맞는 식품인가 싶다.
고혈압이 있어 약을 먹는데 이에 효과가 있다 하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 별미의 호박죽은 기형적으로 자란 녀석이다.
대문간 공간에 호박이 꽉 끼어 있다.
어느새 그 속에서 컸는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알았다면 그대로 두지 않았을 텐데. 그 좁은 공간에서 크면서
고통이 많았을 게 아닌가.
관심을 가지고 가끔 호박 넝쿨을 살폈다면 호박에게 이런 고생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서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무척 커서 그냥은 도저히 빼낼 수가 없었다.
한 조각씩 길쭉하게 썰어서 꺼냈다.
껍질을 벗겨 볏짚으로 엮어 2층 거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매달아놓아서
겨우내 말렸다.
제대로 잘 챙기지 못했는데 좋은 재료로 한몫 톡톡히 할 것 같다.
늙은 호박을 썰어서 말리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이 재료로 호박죽을 끓이게 된 것이다.
팥을 넣어서 하나씩 씹는 맛도 괜찮다.
봄철의 별미로 좋은 재료가 되었다.

대문간 틈새에서 자란 호박이 교훈을 주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어디 호박뿐이겠는가.
세상의 모든 것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언제인가는 문제를 일으킨다.
어떤 공사를 해도 관심 없이 공사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부실로 이어지기 쉽다.
농사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병충해를 입어 풍작을 기대하지 못한다.
사람도 무관심 속에서 성장하면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다.
훌륭한 사람 좋은 재목을 얻으려면 관심을 갖고 정성을
다해야 하리라 생각이 든다.
무관심으로 생기는 일이 이뿐이겠는가.
이는 호박이 내게 알려준 교훈이다. ‘호박아, 고맙다.’

흔히 호박을 그 생김새에 비유한다.
겉만 보고 속을 모르고 하는 말이리라.
호박은 버릴 것이 없다.
잎은 쪄서 쌈으로 먹고, 애호박은 반찬이나 부침개로 쓰고, 늙은
호박은 다이어트 약재와 별미의 재료가 된다.
이렇듯 쓰임새가 많다.
올해에는 호박농사에 정성을 다해야겠다.

‘호박아, 많은 먹거리도 주고 모든 일에 정성 들여라 말해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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