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최마하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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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마하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회 작성일 18-08-26 22:43본문
"손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가끔 있고"
“저번에 나가자마자 바로 손님이 들어와서 좀 놀랬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러니까 2시까지 하면 어떨까 하는데”
“알았네요. 그럼 2시까지만 하면 되죠?”
“그렇게 할게요. 노랜 계속해도 되는 거죠? 여기서?”
“으음, 그럼”
“운전은 할 줄 알아요?”
“면허증은 있는데요, 운전은 할 줄 몰라요”
“어제 갈 때쯤 비 많이 왔는데 어쨌어요?”
“바지 완전 다 젖었네요”
“우산은? 내 차에 우산 있는데”
“갖고 왔네요”
“갈게요. 이쪽은 안 잠그고 갈게요”
“그래요”
비가 많이도 온다. 바지를 세 번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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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3일 목요일
하늘이 맑다. 머리는 그다지 감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날 연습실에 갈 때처럼 그냥 했다.
옷은 땀 냄새가 조금 배어있는 전날 입었던 것을 다시 입었다. 민소매는 밤에 입고 잔 것이기도 하다.
복숭아 하나와 미숫가루 조금으로 허기를 채웠다. 아침이자 점심이다.
연습실이 쓸쓸하다.
"♬아니, 이게 얼마만인가
오랜만이네 그려 ~♬"
‘미안하이, 못 불러서’
벽에는 일곱 마리의 닭이 그려져 있는 커다란 액자 하나가 걸려있다.
‘괜찮아요, 열심히 연습하면 되요’
아빠 닭이 위로해준다.
‘그래요, 연습하면 되요’
엄마 닭도 거든다.
아이들은 모이를 먹는 중이다.
풍경 속 노란 애기똥풀이 곱다. 닭 가족들 뒤로 보이는 호수도 처음보다 더 푸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아빠 닭이 계속해서 나만 바라보니 엄마 닭이 조금 못마땅한 표정이다.
“♬강약이야 중간약이야 인생은 그런 거야
오늘은 정박자 내일은 엇박자 ~♬"
지금쯤 무얼하는 걸까. 잘 도착했는지 묻는 것도 우습고.
'커피 하나 마셔도 되나요?' 물어나 볼까..
언젠가처럼 전화번호를 찾았다가는 언제나처럼 그냥 만다.
‘♬나나나나~ 나나나나~♬’
전주가 나가는 사이 소파에 있는 쿠션들을 반듯이 세워주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님아 돌아오오 ~♬"
연습실로 들어오는 두 개의 문 중에 그 사람이 늘 들어오는 문 쪽으로 자꾸만 맘이 간다. 오늘은 공연 때문에 못 온다고 분명 했는데 자꾸만 문 쪽으로 시선이 간다. 공연이란 게 취소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들었다. 그래서인가 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님아 돌아오오 ~♬"
‘♬나나나나~ 나나나나~♬’
간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 사람이 마신듯한 빈 토마토주스 병의 뚜껑을 닫아 쓰레기통에 넣었다. 바닥에 삐뚤게 놓여있는 그 사람의 슬리퍼도 바르게 정리해 놓았다. 연습실에 오면 그 사람이 가장 먼저 갈아 신는 그 슬리퍼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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