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傳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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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599회 작성일 16-03-11 05:15본문
사진 : 찬란한은빛소녀님
글 : 마음자리
방자傳 - 6
출장길 바빠 고문 가져오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
또 미성년자들 첫날밤 보낸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려니 혹시 정보통신 윤리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겁도 나고......
뭐 고전으로 흔히 읽히는 데다가, 판소리 춘향전에 빠지지 않는 부분이니 큰 탈이야 있을라구. 혹 그래도 염려하는 마음에, 야그 듣는
님네들게 부탁드리오니 방자傳 재미있답시고 아이들에게 이 부분까지 괜히 보여서, 사서 얼굴 붉어지는 일은 삼가하시라.
***
둘이 다 건너갔구나. 춘향과 도련님 마주앉아 놓았으니 그 일이 어찌 되겠느냐. 사양을 받으면서 삼각산 제일봉에 봉학앉아 춤추는 듯,
두 활개를 구부려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 바드드시 거머쥐고 의복을 공교하게 벗기는데 두 손길 썩 놓더니 춘향의 가는 허리를 담쑥 안고
"나상을 벗어라."
춘향이가 처음 일일 뿐 아니라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몸을 틀 제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녹수에 홍연화가 미풍을 만나 굽이치듯 도련님이
치마 벗겨 제쳐놓고, 바지 속옷 벗길 적에 무한히 꿈틀댄다. 이리 굼실 저리 굼실 동해 청룡이 굽이치는 듯,
"아이고 놓아요, 좀 놓아요."
"에라 안될 말이로다."
꿈틀대는 중에 옷의 끈을 풀어 발가락에 딱 걸고서 껴안고 진득이 누르며 기지개를 하니 발길 아래 떨어진다. 옷이 홀딱 벗겨지니
형산의 백옥덩어리 이 위에 더할쏘냐. 옷이 활씬 벗어지니 도련님 거동을 보려하고 슬금이 놓으면서 아차차 손 빠졌다. 춘향이가
침금 속으로 달려든다. 도련님 왈칵 쫓아 드러누워 저고리를 벗겨내어 도련님 옷과 모두 한데다 둘둘 뭉쳐 한편 구석에 던져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나. 골십낼 때 삼승 이불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 청그렁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 잘 자고 났고나. 그 가운데 진진한 일이야 오죽하라.
***
이렇게 첫날밤이 지나 갔더라.
오래도록 서로 마음에 품고 은애한 사이라면 그도 이해가 될 터인데, 단오날 하루 만나 정분 싹터 시작한 첫날밤이 어찌 저럴 수가!
한량이거나 난봉꾼 아니고서야 열 여섯 살 몽룡이 저럴 수는 없었더라. 춘향이 집 바깥으로 밀려나 담에 붙어선 방자는 칼을 품고
뛰어들까...? 아니지 너무 작아. 도끼라야 제격이지...이 생각 저 생각 울분으로 피우다가 용기 부족함에 제 딴에는 꾀를 낸답시고
어릴 적 춘향이 글 읽게 만들던 부엉이 소리에 소쩍새 소리, 길 잃은 늑대소리까지 우우~~ 담 넘어 들리도록 크게 내어보더라.
그 모습이 어찌나 가련하던지 달도 구름에 얼굴 가리고 눈물짓고 있었더라.
하루 이틀 지나니 몽룡은 한술 더 떠 그 동안 갈고 닦은 못된 솜씨 유감없이 발휘를 하는데, 그 농탐함이 차마 옮기기 민망 터라.
방자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려니 난봉꾼 몽룡의 농탕함을 밝히지 않을 수는 없다지만,
그저 옮기는 일도 이렇게 민망하니 어찌하면 좋을꼬.
도저히 옮겨두기 곤란한 말놀음은 빼버리고 업음질만 옮겨보자.
***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보자."
"애고, 참 잡성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여요." 업음질을 여러 번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업음질은 천하에 쉬우니라. 너와 나와 활씬 벗고 업고 놀고 안고 놀면 그게 업음질이제."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예라, 이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가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방긋 웃고 돌아서다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이 좋다. 천지만물이 짝없는 것이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놉시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제 넘놀면서 어룬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없어 먹지는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채운간에 넘노는 듯,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나무 속으로 넘노는 듯, 아홉 골짜기 청학이 난초를 물고서 오래된 소나무 사이를
넘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쑥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며,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순금장 안에 쌍거쌍래 비둘기 같이 꾹꿍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쑥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침, 바지 속옷까지
활씬 벗겨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때, 도련님이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빨개져서 구슬땀이 송실송실 앉았구나.
"이애, 춘향아. 이리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와 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추키시며,
"어따, 그 계집아이 똥집 매우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히니까 마음이 어떠하냐."
"한끝나게 좋소이다."
"좋으냐?"
"좋아요"
"나도 좋다."
"어화둥둥 내 사랑. 이제 이애 그만 내리려므나. 백사만사가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이 없어 못 업겠소."
"업는 방법이 있느니라. 나를 돋우어 업으려 말고 발이 땅에 자운자운하게 뒤로 쳐진듯하게 업어다오."
***
고금 통틀어 변강쇠 타령을 제외하고 남녀가 만나 통함에 은근함이 제일이거늘, 어찌 열 여섯 동갑내기 어린것들이 이리 농탕할 수가
있더란 말이더냐. 기생 어미 두고 자란 춘향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충효록에 오를 정도로 명문대가의 자제인 몽룡이 이 정도에
이를라치면 그 이전의 행동거지야 불 보듯 뻔한 터, 한양에서부터 들려오던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더라.
불쌍하고 불쌍한 것은 방자라, 그들이 농탕하게 사랑 놀음 벌일 적에 부엉이 소쩍새 두견새 늑대소리로 몇 날 며칠 날밤을 지새더니,
목은 쉬어서 꺽꺽 쇳소리만 나고, 혼이 빠진 듯, 넋이 나간 듯, 어릴 적 동무 양반 꼬마들에게 두들겨 맞고 울고 있을 적에, 상한 얼굴
닦아주던 춘향이 그 속옷 한 자락 가슴에 품고 움푹 꺼진 눈에 눈물만 가득 담았더라.
이제는 괜찮을까 슬쩍 고개를 내밀던 달이 그 모습보고는 다시 숨어 울기 바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