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산님의 '통도사 제비' 사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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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256회 작성일 16-07-04 03:40본문
사진 : 보리산님
글 : 마음자리
보리산님의 '통도사 제비 사진을 보다가 떠오른 추억 하나 올려 놓습니다.
***
'저런 나쁜 놈들이 있나...?'
외갓집 대청 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던 시선이 처마 안 제비집에 한동안 머물렀습니다.
가만히 보니 어미는 열심히 먹을 것을 구해서 입에 물고 와서는, 이제는 자라서 제법 날개짓도 해대는 새끼들 입에 넣어주고
또 날아가고...또 구해오고...
불현듯 제 어미는 저러다 언제 먹나...하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살펴보니 자기 자신을 위해 먹을 틈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마당이나 밭에서 뭔가 물었다 싶으면 냅다 집으로 날아와 새끼들에게 게워내서 먹여주고는 또 날아가고...또 구해오고...
'저런 나쁜 놈들이 있나...?'
제 어미가 또 먹이 구하러 날아간 사이 얼른 일어나 머리가 닿을 것 같은 처마 안 제비집을 들여다보니 이제 제법 날개가 자란
제비 새끼 두 마리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짹짹거렸습니다.
늦봄에 낳아 여름 방학 때까지 길렀으니 날개가 돋을 만도 했겠죠. 아마...
'야~ 이 놈들아~ 고만 짹짹거려~'
놀란 눈들이 더 커지며 더 날카롭게 짹짹거립니다. 제 어미를 부르나...?
'이 놈들아...너거가 하도 짹짹거리니 너거 엄마는 먹을 틈도 없잖아 임마들아...'
'짹짹~ 엄마~ 엄마~ 살려줘~ 이상한 놈이 우리를 겁준다~ 짹짹~'
'아니 이 놈들이 그래도 짹짹거리네...내 이놈들을 당장~'
혼을 내려고 손을 들이미니 그 중의 한 놈이 집 구멍 위로 엉급결에 올라서서는 죽으라고 짹짹거렸습니다.
'아니 뭘 잘했다고 동네방네 떠들어 떠들길?'
고함 빽~ 지르는 소리에 놀랐는지 그만 마당으로 푸르릉 위태롭게 날아 내려 버렸습니다.
날개는 돋았어도 아직 날개 짓은 서툴러 보였습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벌써 오래 전에 읽었고, 더 이상의 혼냄은 나에게도 유리한 게 없을 터...못 본 채 다시 대청마루에
누웠는데...집에 남은 한 마리와 마당에 떨어진 한 마리가 서로 합창을 해대며 죽으라고 제 어미를 불러댑니다.
'짹짹~ 엄마 어데 있노~ 짹짹~ 저 눈썹 굵은 놈이 우리 혼냈다~ 짹짹~'
'짹짹~ 엄마~ 히야 떨어졌다~ 짹짹~ 엄마~ 빨리 온나~ 히야 죽는다~ 짹짹~'
'엉!!! 짹짹~ 이게 우에 된 일이고!!! 짹짹~'
힐끔 눈길을 마당으로 주니 어느새 날아온 어미제비가 마당에 떨어진 새끼 주위를 맴돌며 더 큰 소리로 울어댑니다.
'짹짹~ 아이고 우짜꼬~ 짹짹~ 우리 아들 떨어졌네~ 짹짹~'
'시끄러워~ 그런 자식 키워 뭐하노~ 엄마 밥 먹을 틈도 안주는 나쁜 놈들~'
냅다 제비어미에게도 고함을 질러보았지만 제비어미는 제 고함에도 아랑곳없이 울어댑니다.
'짹짹~ 새끼들이 다 그렇지...짹잭~ 어느 어미가 자식 기른 공을 보자고 기르나~ 짹짹~'
'아무리 울어도 안 올려준다~ 안 올려 줘~'
심통 난 마음에 고집을 부리는데 어미 울음소리가 너무 애절합니다.
'짹짹~ 아이고~ 우리 아들 살려주소~ 짹짹~ 우리 아들 살려주소~ 짹짹~'
새끼 주변을 맴돌며 울어대는 어미 울음소리가 얼마나 애절한지 슬며시...내가 괜한 짓을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부 심보로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도망이라도 칠 듯 강종거리는 녀석을 잡아 처마 밑 제 집안에 넣어주었습니다.
'너 이놈들~ 너거 엄마 덕본 줄 알아~'
눈 부릅뜨며 한 소리 모질게 덧붙였습니다.
세 모자의 감격에 겨운 울음소리가 그 후로 한참을 재재거렸습니다.
다시 대청마루에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괜히 눈물만 찔끔거려졌습니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보고 싶어졌나 봅니다.
사 십년도 더 지난 그 일은 아직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데 신기한 것은 그때 제비 모자가 하던 말들이 이제야 온전한 언어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보리산님의 사진을 보니, 그 날 그 제비모자와의 인연이 선명하게 떠올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댓글목록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부터 조숙한 마음자리님 때문에 웃습니다
하마터면 놀부가 될뻔 하셨습니다
제비 어미는 전후 사정도 모르고 고맙다고 했을것입니다
건강하십시요
소중한당신께님의 댓글
소중한당신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글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다 못 읽어 보겠네요!!
오후에 시간나면 다시 들어와 볼게요~
즐거운 하루 도십시요!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식입에 들어가는 것 보는것이 제일 행복하답니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것 하고
자식입에 밥 들어 가는것이 제일 보기 좋다고 옛날 할머니 늘 그러셨지요
배고픈 시절 이야기 이지만..
건강 하세요
메밀꽃산을님의 댓글
메밀꽃산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국에 살고 계신 마음자리님 이렇게 또 닉네임 몰라
지난 계시물 확인하고 댓글 달어요
누구나 세월앞엔 도리가 없는것 같어요
그래요 제비 지금은 서울에선 볼수없지만
지난날 나어릴때 지붕 처마 끝에 집을 짓고 재잘거리던 생각이 납니다요
글쓰시는냐고 수고하셨어요.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미 제비의 마음을 충분히 알겠기에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렸을꼬 합니다..
짖궂기도 하시고 조숙하기도 하셨든 마음 자리님.
이번 냥이아가들 뺏기고 냥이어미 며칠을 부르는 모습 보니 가슴이 다 무너지더군요
부모 자식은 어릴때는 같이 잇어야 합니다
다 자라서 독립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늘 좋은 시간 되시고 건강하시게 사업번창 하시어요~!
보리산(菩提山)님의 댓글
보리산(菩提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 님,
졸작 사진을 써 주어 우선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통도사 처마 단청이 넘 선명하여 사진에는 방해가 된듯 합니다.
그 시절에 벌써,
자식 키우느라 힘든 엄마재비의 노고를 생각하고
효심없는 자식제비에 호통을 내렸으니
사물을 보는 안목이 일찍부터 열렸던가 합니다.
좋은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다연.님의 댓글
다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님 추억을 잼난글로 쓰시니
얼마나 좋겠어요 부럽임데이~~
제비 엄마가 마음님 맘을 알까요
아마도 새끼 제비가 더 소중했겠지요
요즘은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사람 많다더라구요
늘 잘보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날마다 좋은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