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 손을 잡아끌고 베란다로 이끈다.
달빛보다 거실 불빛이 더 밝은 베란다에는 아주 작은 화분 하나 새 식구가 되어 다른 화분들과 열 맞추어 있는데,
아들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을 보니, 작은 화분 속 가장자리 좀 비켜난 곳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떡잎 둘 앙증맞게
팔 벌리고 있었다.
“아주 작지요? 식목일 날 학교에서 심었어요. 제가 잘 키워서 꽃을 피워낼게요.”
굳은 결심이 엿보이는 아들의 얼굴.
“석현이 덕에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예쁜 꽃을 볼 수 있겠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금새 굳은 결심이 풀어지며 히~하고 웃는다.
식목일...
아들에게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지 못한 짠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추억의 강을 거슬러 올랐다.
“엄마가 돈이 없다. 우야노...”
큰형 앞에는 난처하고 미안한 얼굴의 어머니가 서 계셨다. 큰형도 난처하긴 마찬가지.
“그라마...좀 돌아가더라도 가는 길에 기숙이 집에 들러서 돈 빌려서 가라.”
아마 내가 제법 잘 걷고 할 무렵부터였지 싶다. 식목일은 우리 형제자매들만의 이상한 소풍을 가는 날이 되었다.
그 일은 큰형의 동생 사랑에서 비롯되었는데, 서로 커서 성인이 되면 뿔뿔이 흩어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남는 것은
어릴 적 함께 한 추억들뿐임을 큰형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큰형이 만들어준 추억들이 많기도 많은데,
그 중에 식목일의 추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그 해의 추억은 집에 돈이 없었기에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내 마음속에 혹 돈이 없다고 형이 가지 말자하면 어쩌나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자리잡았었기 때문에...
김밥을 신문지에 싸고, 큰형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기억에 그 식목일엔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함께 한 기억이
없는 것으로 봐서, 누나들은 학교의 식목일 행사에 불려나갔던 모양이다. 기숙이 집에서 돈을 빌려 사이다 두어 병을
사서 앞산을 향해 걸어갔다.
교대 앞을 지나고 영대 앞을 지나 앞산 쪽으로 들어서면, 미군비행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 곳을 약간
돌아 지나면 앞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다.
지금도 대구 비슬산엔 참꽃들이 많아 공식적인 참꽃 축제까지 열린다는데, 그때도 식목일을 전후해서 비슬산 자락인
대구 앞산에는 온 사방이 진분홍 참꽃 지천이었다.
산을 오르는 길에는 할미꽃도 많았는데 그 보라 빛 고개 숙인 예쁜 꽃에 누가 할미꽃이라 이름 붙여주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한참을 산을 올라, 가져간 김밥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사이다를 먹기까지 입담 좋은 형은 무슨 이야긴가를
11살이나 어린 작은형과 14살이나 어린 나에게 아주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배를 채우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다리를 쉬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는 멋진 참꽃을 꺾었다. 남들은 열심히 나무를
심는 날, 형과 우리들은 멋진 참꽃을 꺾어, 마시고 난 사이다 병에 더 이상 가지를 꽂을 틈이 없을 때까지 참꽃을
가득 꽂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상한 소풍일 수밖에. ㅎㅎ
한 아름의 참꽃을 병에 꽃아 들고 산을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효성여대 뒷산으로 내려오는 고산골의 길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맑은 물이 흐르던 큰 바위 많은 고산골 계곡이 지금의 모습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웠던지...
그 길에도 참꽃은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고산골을 다 내려와 효성여대 가까이 어느 탁구장에서 작은 내 키로는 배우기 쉽지 않던 탁구를 큰형에게 배우던
기억까지...그날의 기억이 선명한 덕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식목일...하면,
출장 길에 본 보문 호숫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채 활짝 핀 벚꽃 길과 어느 해 출장 가다가 섬진강 변 하동을 지나는 길에
우연히 본 놀라운 벚꽃 터널보다도, 그 어린 날 앞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진분홍 참꽃들이 더 먼저 생각나고, 진분홍
빛깔보다 더 진한 정으로 내 손을 꼭 잡고 걷던 큰형의 추억 만들어주기가 더 먼저 떠오른다.
“화분 중간에 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가장자리 비켜난 곳에 핀 떡잎을 보며 아들이 서운한 듯 말했다.
“겸손한 꽃인가 보지...”
형에게 받은 것을 아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아들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또 나를 보며 히~하고 웃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라 동생들 더욱 살뜰히 챙기셨는것 같습니다
위에 형제가 없는 탓에 물가에가 늘 부러워하는 삶이였습니다
참꽃~!!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우리말 입니다
멀리 이국에서 봄이 되면 늘 우리나라 산야에 피는 진달래 개나리 생각이 많이 나실듯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봅비가 내립니다
어제 수업 마치고 주저 없이 진해로 넘어갔습니다
(우리집에서 출발하는것 보다 1/3정도 미리 간 거리도 되거든요)
하늘이 어두워 기상상태는 안 좋았지만
오늘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는탓에
그런데 벚꽃은 만발했고 전야제 준비로 농악팀들의 소리도 신났는데
여기가 중국이야 한국이야? 할정도로 온통 중국사람들 천지....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상태로 몇장 담아왔습니다
좋은 사진 몇장 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봅니다
늘 좋은시간 되시고 건강 하시어요
창꽃이라고도 부르지요
참꽃은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못 먹는 철쭉에 비교해 부르던 말이기도 합니다
참꽃=진달래
개꽃=철쭉
그런데, 식물도감에는 "참꽃나무"가 따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참꽃나무는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진달래속의 다른 소교목입니다
5월에 보라색이 아닌 빨간 꽃이 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