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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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7건 조회 1,658회 작성일 15-11-05 07:36본문
글 : 마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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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음꽃동네님의 꽃 사진을 보다가 본 꽃이름, 팔손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까마득히 잊고있던 옛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한 사람의 작품이 읽은 사람의 추억을 불러내고, 그 추억 올려 공유하는
선순환의 이 곳이 그래서 참 좋습니다.
이젠 허락도 나기 전에 올려버리는 제 무례와 간 큼을 작음꽃동네님이 혜량해주시기를 바라며...
- 육손이 -
어릴적부터 난 무척 영화보기를 즐겼다.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영화는 벤허였다. 아마 한 5살쯤에 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로마군이 지나가는 길에 벤허의 여동생이 기왓장을 떨어뜨리는 장면과 마지막 마차 경주대회 장면.
그 후 여러번 그 영화를 더 볼 기회가 있어서 그 영상은 좀 더 구체화 되었지만 아직도 어릴적 그 장면의 감동은 생생하다.
그 후로 나의 영화보기 역사는 화려했다.
늘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 영화를 보면서 이루어 졌고, 영화를 보기 위한 나의 인내와 극기는 눈물겨울 정도였다.
하루에 10원씩 받던 용돈을 아낄려면 난 학교 앞의 오뎅집과 뽑기집, 만화가게를 눈 꽉감고 지나쳐야만 했다.
가끔은 내 딱지와 구슬을 파는 아르바이트도 마다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해서 영화를 보고오면 난 동네아이들을 모아놓고 내가 본 영화보다 더 긴 시간동안 더 실감난 목소리와 포즈로
그 영화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었다.
그 아이들 중에 육손이라 불리우던 아이가 있었다.
한손의 엄지 손가락 옆에 전혀 힘이 없는 손가락이 하나 더 달린 아이. 늘 또래 애들이 놀려댔지만 그 아이는 그래도 열심히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 아이는 나 보다 한 일곱살 정도 어린 아이였는데 내 영화이야기를 가장 열심히 들어주는 팬이었다.
다음에 볼 영화를 공고한 어느 날, 그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히야, 나도 그 영화 보고싶다..."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금방 대답은 안했지만 그 당시 그 아이가 한 다섯살 정도 였으니 영화 값을 안치르고도 데리고 갈 수 있는 나이였다.
난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그 주 토요일이 되기 전에 나는 드디어 영화볼 돈 50원을 만들 수 있었고, 드디어 그 꼬마의 소원대로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었다.
한시간 정도의 거리를 걸어서 드디어 김희라가 주연을 맡은, 영화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액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꼬마는 영화보는 내내 나에게 뭔가를 말했다.
영화를 보여줘서 너무 고맙다... 나도 영화 속에 저 아저씨처럼 날 놀리는 친구들을 혼내주고 싶다...
우리 엄마 아빠도 영화를 좋아하면 좋을텐데... 김희라가 곤경을 겪을때는 눈물을 훌쩍거리기까지 했다.
난 뭔가 가슴이 뿌듯해지면서 내가 이 꼬마의 형이라면 정말 잘 데리고 다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 보니 육손이는 잠이 들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먼 길을 걸었으니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흔들어 깨워봤지만 잠이 깊이 들어 꼼짝도 안했다. 하는 수 없이 그 꼬마를 들춰업고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이라 길은 조금씩 어둑해져가고, 난 등에 땀이 베이는 걸 느끼며 걸음을 빨리했다.
한참을 걸려서 동네에 도착하니 동네는 난리가 나있었다. 육손이 엄마와 아빠뿐만 아니라 많은 동네 어른들과
골목친구들이 육손이를 찾는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간 것이 화근이었나보다.
어른들이 달려와서 나에게 채근을 했다. 불쌍한 아이 데리고 어디 갔다왔냐고...
그날은 큰형에게 종아리를 몇대 맞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 다음날, 육손이 엄마가 우리 집으로 왔다.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고맙단 말을 하러 오셨단다.
육손이가 그 서툰 말솜씨로 나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졸랐고, 그래서 형이 보여주었고, 오는 내내 형이
업어준것 같다고... 말 했었나보다.
그 아이가 영화를 보고와서 너무 행복해 한다고 그 아이 엄마가 내 손을 잡고 고맙다란 말씀을 몇번이나 하셨다.
어제 화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셨다.
종아리가 맞은 데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 아이 어디 살고 있을까?
수술은 했겠지...?
지금 만나면 얼굴도 기억 못하겠지만 육손이라 이름 불러도 화내진 않겠지...?
댓글목록
메밀꽃산을님의 댓글
메밀꽃산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저위식물은 자세히 보니 육손이아니라 8손도 더 되나싶어요
맥주로 딱었나 "왜 " 저토록 반짝일까요
솔찍히 전 육손이라고 해서 짐작은 했어요
사람의 손이 하나 더달닌 육손이요
그아이 말은안해도 얼마나 부끄럽고 실망감이 컷을까 그런 생각이드네요
그런아이를 영화 보여주고 업어주고 사랑해주고 요
아마도 그 육손이 아이가 커서 시마을에 들어와 우연히 마음자리님의
영화본 이야기 읽어봤으면 좋겠네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요. 그땐 어릴 때라 몰랐겠지만
성장하면서 마음 아픈 일도 더러 있었을 것 같은데,
잘 이겨내고
해정님의 댓글
해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착한 마음님의 수필 읽으며
눈시울이 젖어오며 가슴이
애려 오는것은 왜 일까요.
본인이 다섯살 때를 생각하며
그 아이를 데려 갔겠지요.
집에 와서 야단 종아리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우리아이들에게 잡비 얼마를 줬을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프네요.
감사히 잘 머물러 봅니다.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가 객지에서 생활하실 때라, 큰형이 가장 노릇을 할 때였어요.
제가 말 없이 사고 잘 치는 아이여서 더러 큰형에게 종아리도 맞고 혼도 많이 났지요.
재미있는 영화 보고온 기쁜 마음에 크게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ㅎㅎ
해정님 자제분들은 따스한 해정님 사랑 안에서 잘 성장했을 겁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물가에는 영화보다 만화 보는것을 좋아해서
단체 영화 보러 가는 돈 가지고 만화방에 코를 빠트렸지요~!
만화 속에서 많은것을 배운것같습니다
실 생활의 단조로움이 만화속에는 없고 너무나 신기하고 희안한 세상이 펼쳐졌지요~!
조금 큰 꼬마가 작은꼬마를 엎고 동네에 돌아 왔는데
경황없는 어른들이 어쨌을지 짐작이 갑니다
지금은 간단한 수술로 없앨수 있는데 옛날에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하여 가슴에 멍이 들었겠지요~!
오랫만에 동심의 세계에 빠졌다 나오니 슬픔도 아픔도 없어집니다
건강 하시게 가을 잘 보내시구요 이제 자주 오실수 있으신가요~! ㅎㅎ^^*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 다음으로 제가 좋아한 것이 만화보는 일이었지요.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들이 그곳에 있었으니까요.
제가 어릴 때는 맨 뒷줄에 앉을 정도로 덩치가 커서 그 아이를 업고와도 그렇게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아이들 가슴이 어른들보다 더 쉽게 멍든다는 것을 옛추억을 떠올리며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작음꽃동네님의 댓글
작음꽃동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시골에서 자라 영화 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학교에서 겨우 본 영화라고는 단체 관람한 성웅 이순신...
ㅎㅎㅎ
가만 보니 내가 더 불쌍해 ㅠㅠ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그 영화는 단체 관람으로 봤습니다.
아마도 고 김진규씨가 감독도 하고 주인공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영화가 실패해서 김진규씨가 많이 고생했다 들었습니다.
ㅎㅎ 지금이라도 야생화 사랑과 더불어 영화에 관심 좀 가져보시지요.
다연.님의 댓글
다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님 간만에 글올리셨네요
육손이 그사람도 살면서 참 착한 동네형
마음님 생각할거 같아요
어릴때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봐서일까요
마음님 마음이 풍부하심이~~
여그는 쌀쌀하니 제법 몸을 움추리게 하네요
전 이사문제로 잠시 눈팅만 하는 처지네요~~
또 다음편을 기대합니다 마음님~~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향 지킴이님께서 고향 잘 지켜주신 덕분에 그간 좀 바빴습니다. ㅎㅎ
영화를 많이 본 것이 저에게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야기에 살을 보태기도 하고
끝난 이야기 다음은 또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무지 많은 상상을 하며 살았었거든요.
이사하시는군요. 정신 없으시겠습니다.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반갑습니다
속으로 기다렸답니다
재미있는 글 읽고 싶고 안부도 궁금했답니다
시골이 고향이라 영화보다는 할머니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라습니다
육손이 친구 중에도 한 놈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습니다
건강하십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다려주셨다니,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곁에서 이야기 들려주실 할머니가 멀리 계셔서
할머니 정은 모르고 자랐지요.
그래서 만화책 동화책 닥치는대로 열심히 보고 읽곤했지요.
그 중에 영화가 제일이었습니다.
영화 보는 동안엔 그 세상 속에 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거든요.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혼자서 소리를 질러봅니다 너무반가워서.. ^&^
재미 있는글이 읽고 싶고 안부도 궁금하셨다는 산그리고 江님의 말씀 그대로 입니다...ㅎ
영화 좋아합니다
지금도 잠이 안 오는 밤에는 옛날 영화 재방 하는 채널을 열심히 찿습니다
고운 마음씨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셨네요
건강 하십시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들 반겨주시니 모처럼 들어온 머쓱한 기분이 사라지고 기분이 한껏 업됩니다.
영화 좋아하신다니, 언제 만나뵈면 옛날 영화 추억에 푹 빠져볼 수 있겠습니다.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바빠서요 다시 내일 시누이 딸렘 결혼식이라서 저도 바빠져서요
글이 눈에 안들어 옵니다 호기심 가득하지만 다음 수욜까지는 읽고 답 다시 드릴께요 ㅎㅎㅎ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네. 저별님, 천천히 읽어주세요~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잘 하셨네요
아마도 그분에게는 아직까지 마음자리님을 꼭꼭 가슴속에 뭍어 놓고
은인처럼 생각하고 살것 같습니다
참 착하신 마음자리님 그런 착하신 일을 하셔서 지금 그렇게 먼 이국에서도
큰일을 하시면서 걱정없이 사실것 같습니다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축복속에 행복하신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