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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도 괜찮다. 너의 발은 지금 아플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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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현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18-11-07 15:39

본문

신부는 발을 올렸다.

발에 둔중한 아픔을 느꼈다.

그것은 형식이 아니었다.

자기는 지금 자기 생애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온 것, 가장 성스럽다고 여겨온 것,

인간의 가장 높은 이상과 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이때 밟아도 좋다고 목판 속의 그분은 신부를 향해 말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어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다.

이렇게 해서 신부가 성화에다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닭이 먼 곳에서 울었다.

.

.

.

그 성화판에 나도 발을 얹었다.

그때 이 다리는 움푹 파인 그분의 얼굴 위에 있었다.

내가 수백 번도 더 머리에 떠올린 얼굴 위에,

산속에서 방랑할 때, 또 옥사에서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던 그 얼굴 위에,

인간 중에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그 얼굴 위에,

그리고 한평생 사랑하려 했던 분의 얼굴위에,

그 얼굴은 지금 성화판 나무 판대기 속에서 마멸되고, 움푹 파여,

슬픈 듯 한 눈을 하고서 이쪽을 보고 있다.

'밟아도 괜찮다.'하고 슬픈 듯 한 눈초리는 내게 말했다.

'밟아도 괜찮다. 너의 발은 지금 아플 테지.

오늘날까지 나의 얼굴을 밟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들의 그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갖겠다.

그 때문에 나는 존재하니까.'

 

'주님,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 엔도 슈사쿠, <침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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