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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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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0 09: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62  

물총새 사랑법

 

배찬희

 

 

1

물총새의 암컷으로 살고 싶었다.

그대, 고달픈 몸으로 지친 날개 퍼덕이며

수만 리 바다를 건널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습관으로

오직, 그대만의 암컷이 되고 싶었다.

 

2

아침이면 향내 나는 비누로 머릴 감고

그 향기로 그대의 싱그러운 새벽이 되고 싶었다.

보라!

나는 이만큼 귀해졌다.

미처 그대 곁으로 다 보내지 못한

수숩은 내 짝사랑까지도

그 향기를 입으면

당당하게 자라나 그대 곁으로 날아간다.

 

3

사랑일까?

아침이면 베게 높이로 쌓이는 그리움 때문에

손 뻗어 그대, 더듬지만

함께 누워도 늘 그리운 나는

사랑의 불치병 환자

그래도 사랑일까.......?

아이의 웃음소리가, 그대의 안락한 오수午睡를 깨우고

그대 꿈속에서 스친 여인까지도 눈 뒤집히게 미워지는 건

 

4

익숙한 커피향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퍼내도, 퍼내어도 바닥 드러나지 않는

나의 질긴 노예근성

그대가 즐겨 마시는 황홀한 액체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잠 깨어나

항상 문 밖으로 서성이던 내 사랑도

오늘은 짱짱한 안주인 되어

그대, 하루쯤 수컷을 내려놓고 싶을 때

사뿐히 그대 업고서 푸른 하늘을 마음껏 홰치고 싶었다.

그래도 미처 전하지 못한 내 사랑 남아 있다면

발뒤꿈치 살짝 들고

그대의 마음 한 켠으로 슬쩍 들어가 아우성치자.

-나는 그대의 물총새!

 

 

- 배찬희 시집 물총새 사랑법(오감도, 2014) 중에서

 

 


11256.jpg

1984<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산문집『바로 나였음을

시집『물총새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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