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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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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4 13: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52  

바람,

 

윤지영

 

 

   바람이 분다.

   오랫동안 잠가 두었던 괄호가 덜컹거린다.

   괄호를 연다.

   자꾸 바깥을 기웃거리는 내 그림자를 놓아준다.

 

   그래 가렴. 야트막한 언덕배기를 지나, 고만고만한 키의 잡목림을 빠져나가,

그 너머 저수지로 이어진 신작로까지, 깨금질하고, 뜀박질하고, 깝죽거리며

뒹굴다가, 다시 발딱 일어나 네가 가고픈 곳으로 가보렴. 가다가 한번쯤은

뒤를 보고 내게 인사나 해주렴.

 

    나는 열려진 오른 쪽 괄호에 기대서서 그림자가 떠나간 쪽을 바라본다.

얇게 덮이는 어둠 뒤에 숨어 뒤도 안 돌아보는 그림자에게 손을 흔든다.

적막이 넓어진다.

 

 

-윤지영 시집 물고기의 방(황금알, 2006)에서

 

 

yoonjiyoung-140-3.jpg

1974년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국문과와 대학원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5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물고기의 방』 『굴광성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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