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7-26 09:0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82  

귀가

 

한길수

 

 

대한민국 마흔 두 살의 이씨가

무거운 생의 옷을 벗어 던지고

지하철 2호선 선로위로 뛰어들었다

아들을 얻었다고

어머니 이마에서 솟구치던 기쁨의 땀방울

섬광처럼 빠르게 철길을 건너갔다

부정 타지 말라고 새끼줄에 붉은 고추를 달았겠지

누구에게 갚을 빚으로 마지막 희망을 저당 잡힌 걸까

서툰 걸음으로 여기까지 걸어와서

오 년 노숙생활로 국숫발처럼 빚더미만 불어터지고

남대문 새벽시장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유언 대신 더듬거리며

태어나려고 악착같이 잡았던 탯줄을 놓았다

탯줄 같은 세상의 손잡이를 놓아버렸다

명품 광고판 아래 거적도 깔지 않고 잠든 그의 꿈 자락

검붉은 선혈이 낭자하게 스며든다

쉬쉬 어깨너머로 눈살을 찌푸리고 가는 발길들

던지고 가는 말의 화살들이 고막을 찌른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나르려는

고치집 속에 갇힌 누에 같은 세월

종두소리를 내며 떠나가고 있다

 

내 나이 마흔 셋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전철이 지연된 시간은 오직 십 분이었다

 

 


13214.jpg

1962년 충북 청원 출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광야소설 당선

2004현대인평론 추천

2005시와시학시부문 당선

시집으로 붉은 흉터가 있던 낙타의 생애처럼

2001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7531
1024 미래 상가 / 김상혁 관리자 10-19 173
1023 비의 일요일 / 김경인 관리자 10-19 169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10-18 215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10-18 184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276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233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427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416
1016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 서효인 관리자 10-10 295
1015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관리자 10-10 242
1014 토종닭 연구소 / 장경린 관리자 09-28 831
1013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관리자 09-28 783
1012 낯선 선물 / 이선욱 관리자 09-25 981
1011 물속의 계단 / 이기홍 관리자 09-25 798
1010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곽효환 관리자 09-22 879
1009 금요일 / 유희경 관리자 09-22 920
1008 돼지가 웃었다 / 구재기 관리자 09-21 848
1007 소소한 운세 / 이선이 관리자 09-21 860
1006 너무 멀어 / 김완수 관리자 09-20 941
1005 진실게임 / 박상수 관리자 09-20 762
1004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관리자 09-15 1046
1003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문제다 / 이영수 관리자 09-15 933
1002 미움의 힘 / 정낙추 관리자 09-14 1085
1001 황혼 / 정남식 관리자 09-14 1140
1000 숟가락 / 김 륭 관리자 09-13 1096
999 달은 열기구로 떠서 / 김효은 관리자 09-13 938
998 하얀 나무 / 김신영 관리자 09-12 1073
997 외상값 갚는 날 / 김회권 관리자 09-12 1063
996 당신의 11월 / 김병호 관리자 09-08 1329
995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관리자 09-08 1195
994 이별 / 이채영 관리자 09-07 1307
993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관리자 09-07 1263
992 천원역 / 이애경 관리자 09-06 1169
991 나를 기다리며 / 이윤설 관리자 09-06 1239
990 길 위에서 / 김해화 관리자 09-05 1365
989 스물 네 살의 바다 / 김정란 관리자 09-05 1153
988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1) 관리자 09-04 1192
987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 김희업 관리자 09-04 1146
986 생가 / 김정환 (1) 관리자 08-31 1488
985 둘의 언어 / 김준현 (2) 관리자 08-31 1464
984 숲에서 보낸 편지 6 / 김기홍 (1) 관리자 08-30 1519
983 무반주 / 김 윤 (2) 관리자 08-30 1339
982 滴 / 김신용 관리자 08-29 1310
981 간절하게 / 김수열 관리자 08-29 1394
980 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1) 관리자 08-28 1331
979 때가 되었다 / 박판식 관리자 08-28 1367
978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관리자 08-25 1626
977 풋사과의 비밀 / 이만섭 관리자 08-25 1571
976 펄펄 / 노혜경 관리자 08-24 1544
975 필요한 사람 / 노준옥 관리자 08-24 160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