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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7 11: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63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이인철

 

 

해가 진 여름저녁

어머니는 흰 살 한 점 떼어 홍두깨로 늘린다

반상 위에 가난이 점점 넓어진다

가난도 곽 차면 달이 된다

얇아진 반죽 아래에 반상의 굳은 피가 보인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만든 둥근 달을 접어

칼로 잘근잘근 썰어 나간다

하얗게 쏟아지는 국숫발들

 

어머니는 그 국숫발들을 가마솥에 끓여

식구들에게 한 그릇씩 퍼준다

우리는 마당 평상에 앉아 국수를 먹으며

가난한 배를 불렸다

 

조각달이 뜨면 가끔은 홍두깨를 들고 나가

달을 둥글게 늘리고 싶다

 

 

 

t.JPG

2003심상으로 등단

시집 회색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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