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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31 11:3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95  

그림자에 등을 기댄다

 

안효희

 

 

나무 그림자에 등을 기댄다

기댄 것은 나인가 그림자인가

 

배우처럼 분칠을 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은 슬퍼지는 얼굴을 데리고 산다

움직이는 순간마다 서로를 바라본다

울며 웃으며 끌어안는다

 

물들지 않는 단풍나무 잎사귀 떨어진다

가본 적 없는 숲에서 날아온 먹그늘나비가 손톱 위에 앉는다

 

그림자를 끌고 가는 왼쪽 얼굴이

햇빛 드는 오른쪽 얼굴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얼굴을 접는다

두 개의 얼굴이 네 개가 되는

귓속의 귀 열리고 입속의 입 겹친다

 

천천히 느리게 걸어가는 두 발과

가슴 두근거리며 허둥대는 두 발을

누가 묶어 놓았나

 

사거리에 세워진 바람인형이 다시 넘어진다 다시 일어선다

밤이면 의문부호 같은 비가 지붕과 지붕을 덮어

한 명, 두 명, 세 명의 내 모습이 잠에서 깬다

 

얼굴과 얼굴 사이

아무도 모르게 잠시 파랗게 물드는 것은

 

또 다른 그림자를 가진 여러 겹의 얇은 옷

아침은 다시 시작되고 그 절반은 붉거나 푸를 것이다

 

- 시와사상2017년 봄호

 

 


anhyohee-140-n-n.jpg

1999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꽃잎 같은 새벽 네 시』『서른여섯 가지 생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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