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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2 09:4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97  

정오의 의식

 

김기형

 

 

나를 도와주세요

세 번

 

붉어지는 화분 하나와

칼자국처럼 내리치는 빛

반으로 쪼개놓은 과일

오래 숨을 참으면 못 보던 것이 나타날 수 있다

 

밖이 되려고

흩어지는 얼룩

모여든 바람이 모서리를 돌며

사라질 것을 명령한다

 

팬케이크는 탁자 위에 벌레들을 모으고 있다

물을 뚝뚝 흘려본다 동그랗게 벌레의 몸이 떠오른다

 

조용히 발뒤꿈치를 들어올린다

빛이 거둬가는 얼굴이 있다

 

난간에 다가온 빗금

나뭇가지에 입을 벌린 맨홀들

 

물구나무를 선다

빨개지는 어둠

 

발을 뺀다

 

나를 도와주세요 네 번

 

 

- 월간 시인동네2017년 8월호

 

 


김기형시인.jpg


1982년 서울 출생

건국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전공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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