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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2 09:4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18  

계란과 스승

 

이재무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6학년 학기 초 담임선생님이 부르셔서

갔더니 내일부터 매일 당신에게 계란을 갖다 바치라는 거였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당시는 계란이 참 귀물이어서 물물교환으로

사용이 가능했었습니다. 어느 안전인데 선생님 말씀을 어길 수

있었겠어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식구들 몰래 계란을 훔쳐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암탉들이 알 낳는 곳을 염탐했기에 가능

했습니다. 이러구러 시간이 흘러 2학기 말 무렵이었습니다.

마리였던 닭들이 그새 하나둘 제사용으로 손님용으로 잡아먹히게

되어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계란을 빠트리는 날이

늘어나자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울먹이면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가늘게 떠는 어깨를 감싸 안아주셨습니다. 괜찮다. 이제

그만 가져오너라. 그리고는 책상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통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져온 계란 값이다. 나도

좀 보탰다. 그거면 중학교에 갈 수 있을 게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중학교에 갈 수 있었고 어찌어찌해서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재무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천년의 시작, 201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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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 국문과,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3년 무크지 삶의 문학등단

시집으로 섣달 그믐』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 『주름 속의 나를 기다린다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경쾌한 유랑』 『저녁 6』 『길 위의 식사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산문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생의 변방에서』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풀꽃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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