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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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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04 09: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3  

잔고 부족

 

이동우

 

 

속 빈 것들은 밤에만 소리를 냈다

땀내 밴 숫자들이 잠시 모였다 흩어졌다

고지서와 카드 명세서는 내 방을

도둑고양이처럼 넘나들고

나는 텅 빈 두 손에 주술을 걸듯

입김을 분다

앙칼진 울음 앞세워 속살마다

제 영역을 새겨 넣는 발톱들

연체료로 복면한 독촉장이

노루잠 다독이는 렘수면 안까지 들어와

혀끝에 남아 있던 닿소리를 훔쳐 갔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는

홀소리를 담보로

얼마간의 닿소리를 빌리려 했지만

현금인출기는 내 신용 등급을 문제 삼았다

구름을 찢고 나온 하현달이 냉기 뿜는 자정 가녘,

옷깃 여미며 자동화기기 코너 안으로

모여든 대리 운전기사들이

손에 든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그들의 입에선 말 대신 입김만 나온다

허기진 사연들이 창마다 성에꽃으로 피고

말을 섞고 살을 섞어 서로를 데우던 기억은

초겨울 앙상한 그늘에 갇혔다

시든 서리 꽃잎 하나 들고 서성이던

말더듬이 하루는 방전되어 가고,

눈물 말라붙은 얼굴들이 내는 약음約音 잘라먹으며

또박또박 했던 말을 반복하는 현금인출기

놈에겐 입김이 없다

 

-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이동우.jpg

2017시산맥으로 등단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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