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8-04 09: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55  

잔고 부족

 

이동우

 

 

속 빈 것들은 밤에만 소리를 냈다

땀내 밴 숫자들이 잠시 모였다 흩어졌다

고지서와 카드 명세서는 내 방을

도둑고양이처럼 넘나들고

나는 텅 빈 두 손에 주술을 걸듯

입김을 분다

앙칼진 울음 앞세워 속살마다

제 영역을 새겨 넣는 발톱들

연체료로 복면한 독촉장이

노루잠 다독이는 렘수면 안까지 들어와

혀끝에 남아 있던 닿소리를 훔쳐 갔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는

홀소리를 담보로

얼마간의 닿소리를 빌리려 했지만

현금인출기는 내 신용 등급을 문제 삼았다

구름을 찢고 나온 하현달이 냉기 뿜는 자정 가녘,

옷깃 여미며 자동화기기 코너 안으로

모여든 대리 운전기사들이

손에 든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그들의 입에선 말 대신 입김만 나온다

허기진 사연들이 창마다 성에꽃으로 피고

말을 섞고 살을 섞어 서로를 데우던 기억은

초겨울 앙상한 그늘에 갇혔다

시든 서리 꽃잎 하나 들고 서성이던

말더듬이 하루는 방전되어 가고,

눈물 말라붙은 얼굴들이 내는 약음約音 잘라먹으며

또박또박 했던 말을 반복하는 현금인출기

놈에겐 입김이 없다

 

-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이동우.jpg

2017시산맥으로 등단

2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7659
1028 빛나는 책 / 박현수 관리자 10:12 61
1027 이것 / 전동균 관리자 10:07 52
1026 나비잠 / 문성해 관리자 10-21 211
1025 수련 물들다 / 유종인 관리자 10-21 167
1024 미래 상가 / 김상혁 관리자 10-19 271
1023 비의 일요일 / 김경인 관리자 10-19 272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10-18 309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10-18 264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361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308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508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506
1016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 서효인 관리자 10-10 363
1015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관리자 10-10 311
1014 토종닭 연구소 / 장경린 관리자 09-28 895
1013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관리자 09-28 865
1012 낯선 선물 / 이선욱 관리자 09-25 1049
1011 물속의 계단 / 이기홍 관리자 09-25 873
1010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곽효환 관리자 09-22 954
1009 금요일 / 유희경 관리자 09-22 982
1008 돼지가 웃었다 / 구재기 관리자 09-21 920
1007 소소한 운세 / 이선이 관리자 09-21 924
1006 너무 멀어 / 김완수 관리자 09-20 1006
1005 진실게임 / 박상수 관리자 09-20 825
1004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관리자 09-15 1111
1003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문제다 / 이영수 관리자 09-15 999
1002 미움의 힘 / 정낙추 관리자 09-14 1157
1001 황혼 / 정남식 관리자 09-14 1198
1000 숟가락 / 김 륭 관리자 09-13 1159
999 달은 열기구로 떠서 / 김효은 관리자 09-13 1003
998 하얀 나무 / 김신영 관리자 09-12 1146
997 외상값 갚는 날 / 김회권 관리자 09-12 1135
996 당신의 11월 / 김병호 관리자 09-08 1405
995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관리자 09-08 1258
994 이별 / 이채영 관리자 09-07 1370
993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관리자 09-07 1331
992 천원역 / 이애경 관리자 09-06 1230
991 나를 기다리며 / 이윤설 관리자 09-06 1313
990 길 위에서 / 김해화 관리자 09-05 1429
989 스물 네 살의 바다 / 김정란 관리자 09-05 1221
988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1) 관리자 09-04 1253
987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 김희업 관리자 09-04 1205
986 생가 / 김정환 (1) 관리자 08-31 1557
985 둘의 언어 / 김준현 (2) 관리자 08-31 1541
984 숲에서 보낸 편지 6 / 김기홍 (1) 관리자 08-30 1591
983 무반주 / 김 윤 (2) 관리자 08-30 1404
982 滴 / 김신용 관리자 08-29 1375
981 간절하게 / 김수열 관리자 08-29 1463
980 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1) 관리자 08-28 1393
979 때가 되었다 / 박판식 관리자 08-28 14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