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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10 11:3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98  

도깨비 멸종에 관한 보고서

  

이동재

 

 

생각나나 누이야

바람난 아버지 찾아 한밤중에

이웃 동네를 헤매고 다닐 때

들판 저 쪽에서 반딧불 만한 불이 일어나

이 쪽으로 보름달 만해져서

다시 저쪽으로 사라지던 그 불빛을

 

생각나나

옆집 광숙이네 뒷간 지붕 위에

한밤중이면 나란히 앉아 오순도순 속삭이던

머리 하얗게 핀

그 할아버지 할머니를

  

또 생각나나

아랫마을 정이네 부엌

가마솥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넣다

뺐다 했다는 그 손길을

잊지 못할 거야 퇴근길

사촌 형님의 발길을 매일 밤 바닷가로 이끌던

정체 모를 그 존재를

 

생각나나 누이야

어머니가 나무하던 초저녁 산기슭

이 무덤에서 나와 저 무덤으로 들어가던

짧게 깎은 그 머리의 남자를

생각나나

생각나나

한밤이면 옆집 처녀의 방에

들락거리던 그 그림자를

 

누이야, 늬는 정말 아나?

내 앞의 술잔을, 누가 비웠는지!

 

 

 

leedongjae-150.jpg

강화 교동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8문학과의식등단

시집 민통선 망둥어 낚시』 『세상의 빈집』 『포르노 배우 문상기

저서 20세기의 한국소설사』 『침묵의 시와 소설의 수다』 『문학감상과 글쓰기

작가를 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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