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8-11 09:3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56  

바람의 사거리

 

박은석

 

 

이 도시의 가장 오래된 신호등은

우람한 은행나무다

파란 바람은 쉽게 방향을 꺾지도 꺼지지도 않는다.

느리고 여유 있는 보행자들을 내려다보거나

색칠 벗겨진 벤치나 슬하에 두고 있다

방향 모자라는 바람들은 저곳에서

간단히 분류되어 사방으로 빠져나간다.

가지를 뻗고 있는 이유도

바람을 안내하기 위해서이다

 

집 나온 들뜬 꽃바람을 며칠 붙잡아 두고

꽃잎을 열고 그 자리에 열매를 넣는다

바람이 무거워질 때

우주의 계절이 바뀐다.

 

황색 점멸등도 없이 노란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때쯤 바람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서쪽엔 헤어진 애인이 있고

소소한 소인이 찍힌 기억들이 있다

누구는 이 신호등 밑에서 손을 놓거나

혹은 손을 맞잡고 지나가기도 한다.

봄에서 가을까지 바람의 통행량은 자주 바뀐다.

여름엔 남풍으로 방향 틀더니

가을이 되면 서풍으로 튼다.

 

지금은 앙상한 점멸의 시간이다

바람의 사거리에서 엉키는 것은 방향들이다

경적도 없이 고요하게 엉킨다.

다만 사람들만 우주를 움켜쥐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박은석 사진흑백.JPG

광주출생

2015<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LA스타일 17-08-17 14:50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셔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27438
1022 붉은빛의 거처 / 이병일 관리자 09:05 40
1021 어깨로부터 봄까지 / 김중일 관리자 08:58 41
1020 이마 / 허은실 관리자 10-16 190
1019 달랑, 달랑달랑 / 최찬용 관리자 10-16 160
1018 죽음의 춤 / 윤정구 관리자 10-11 370
1017 담쟁이 / 배영옥 관리자 10-11 344
1016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 서효인 관리자 10-10 242
1015 이상한 나라의 게이트 / 문순영 관리자 10-10 193
1014 토종닭 연구소 / 장경린 관리자 09-28 784
1013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관리자 09-28 733
1012 낯선 선물 / 이선욱 관리자 09-25 917
1011 물속의 계단 / 이기홍 관리자 09-25 747
1010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곽효환 관리자 09-22 833
1009 금요일 / 유희경 관리자 09-22 864
1008 돼지가 웃었다 / 구재기 관리자 09-21 803
1007 소소한 운세 / 이선이 관리자 09-21 810
1006 너무 멀어 / 김완수 관리자 09-20 888
1005 진실게임 / 박상수 관리자 09-20 719
1004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관리자 09-15 1003
1003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문제다 / 이영수 관리자 09-15 894
1002 미움의 힘 / 정낙추 관리자 09-14 1041
1001 황혼 / 정남식 관리자 09-14 1071
1000 숟가락 / 김 륭 관리자 09-13 1054
999 달은 열기구로 떠서 / 김효은 관리자 09-13 898
998 하얀 나무 / 김신영 관리자 09-12 1033
997 외상값 갚는 날 / 김회권 관리자 09-12 1016
996 당신의 11월 / 김병호 관리자 09-08 1283
995 지금 우리가 바꾼다 / 유수연 관리자 09-08 1159
994 이별 / 이채영 관리자 09-07 1262
993 새처럼 앉다 / 임정옥 관리자 09-07 1219
992 천원역 / 이애경 관리자 09-06 1130
991 나를 기다리며 / 이윤설 관리자 09-06 1193
990 길 위에서 / 김해화 관리자 09-05 1321
989 스물 네 살의 바다 / 김정란 관리자 09-05 1117
988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1) 관리자 09-04 1150
987 에스컬레이터의 기법 / 김희업 관리자 09-04 1106
986 생가 / 김정환 (1) 관리자 08-31 1446
985 둘의 언어 / 김준현 (2) 관리자 08-31 1423
984 숲에서 보낸 편지 6 / 김기홍 (1) 관리자 08-30 1467
983 무반주 / 김 윤 (2) 관리자 08-30 1300
982 滴 / 김신용 관리자 08-29 1268
981 간절하게 / 김수열 관리자 08-29 1344
980 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1) 관리자 08-28 1287
979 때가 되었다 / 박판식 관리자 08-28 1320
978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관리자 08-25 1588
977 풋사과의 비밀 / 이만섭 관리자 08-25 1519
976 펄펄 / 노혜경 관리자 08-24 1497
975 필요한 사람 / 노준옥 관리자 08-24 1557
974 바람은 알까? / 안행덕 관리자 08-22 1877
973 배롱나무 / 조두섭 관리자 08-22 162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