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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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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5 11:2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99  

결빙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었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리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commonCA80J3HW.jpg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 『슬픔의 핵()』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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