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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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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8 15:2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40  

 때가 되었다

 

   박판식

 

 

   1

 그 여름 나는 하늘과 땅이 하는 소리를 다 들었다

 바윗돌이 고함치는 소리와 붕어와

 자라가 대야 속에서 귓속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팠고 내 영혼은 거지꼴이었다

 대로의 사건은 퇴역 장교 최의 모자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고

 나는 사람이 죽어 쌀자루 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2

 아내와 나는 같은 세숫대야에 얼굴을 씻지 않는다

 아들과 딸 하나씩을 발명하고 우리는 기진맥진이다

 작은 호랑이처럼 헐떡이는 아이들

 김이 다 달아난 밥 한 공기를 놓고

 위층에 새로 세든 불행한 엄마와 그녀의 엄마가 차례로

 벽에다 그릇 던지는 소리를 듣는다

 

 3

 내일은 넋이 빠져나간 외할머니를 보러

 시외버스를 탈 것이다

 죽음은 어떤 장소도 시간도 아니다, 죽음은 오히려 반듯한 질서

 구포국민학교 2학년 오후반 이후 나는 늘 지각 중이다

 누가 X를 죽였는지, YZ는 언제 죽을 건지 곰곰이 따져 보다가

 딸의 기저귀 가는 소리, 어린 아들의 화장실 슬리퍼 끄는 소리에 놀라

 질척이는 꿈에서 깬다

 

 4

 나는 내가 노래한다 믿었으나

 사람들은 내게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만을 들었다

 지금 시간 오후 세 시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 <아시아경제> 오후 1(2017.7.12)

 

 

 

 

     

 

 

 

parkpansik-200.jpg

1973년 경남 함양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동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밤의 피치카토』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산문집 날개 돋친 말

2014년 김춘수시문학상, 통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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