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09-12 14: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13  

외상값 갚는

 

김회권

 

 

아내가 쥐어준 에어컨 수리비 오만 원

장터목 샛길로 들자 윷판이 한창이다

 

외람되게 자꾸 쏠리는 눈길

잘하면 공돈에 막걸리가 절로 굴러올 거란 생각

나는 마부에게 돈을 걸고 멍석에 쭈그리고 앉아

내 생애 가장 빛났던 날을 떠올리며

허공 가득 종기윷을 뿌린다

 

길들인 순한 양처럼 다소곳이 모이는 윷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내리 세 판을 이기자 단박 손에 쥔 뭉칫돈

세상일도 요리 잘 풀리면 오죽 좋으랴

 

순간 뱁새눈으로 날 흘겨보는 상대

이번 막판 덮어쓰기로 끝장내잔다

나는 이 판 이기면 매몰차게 일어서리라

그리하여 오늘을 시발로 몇 날 동안

아름다운 술고래로 즐겨 살리라

 

땀 배인 손 문지르며 허공 가득 윷을 붓자

일제히 뒤를 쫓는 비릿한 눈빛들

그때 윷 하나,

급작 항로를 이탈하나 싶더니

그만 맨땅에 곤두박질이다

 

눈 앞 깜깜히 바서지는 파편

땅이 푸욱 꺼지다

 

- 김회권 시집우아한 도둑(푸른길, 2017)에서

 

 

김회권(사진).jpg

1959년 전북 전주 출생

2002문학춘추로 등단

시집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동곡파출소』『우아한 도둑

산문집뜨락에서 꽃잎을 줍다』『꽃처럼 웃다가 주름진 얼굴로 가라

2006, 2009, 2017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013년 광명신인문학상, 2015년 오산신인문학상, 복숭아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40056
1322 뿌리의 생각 / 최금진 관리자 08-14 175
1321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죠 / 장석주 관리자 08-14 121
1320 코너 / 정영효 관리자 08-10 279
1319 늪의 입구 / 연왕모 관리자 08-10 242
1318 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관리자 08-08 302
1317 5호선 / 나기철 관리자 08-08 273
1316 닫힌 문 / 백우선 관리자 08-07 321
1315 문어탕 / 김상미 관리자 08-07 224
1314 가정의 행복 / 김 안 관리자 08-06 317
1313 오이에 대한 오해 / 이용헌 관리자 08-06 239
1312 아름다움에 대하여 / 윤제림 관리자 08-03 526
1311 젖다 / 마경덕 관리자 08-03 412
1310 푸른 용수철 / 박현수 관리자 08-02 370
1309 의자들 / 이명윤 관리자 08-02 385
1308 밤 속의 길 / 김해자 관리자 08-01 445
1307 핑크 / 임혜신 관리자 08-01 381
1306 불가능한 호 / 박장호 관리자 07-31 340
1305 햇살 통조림 / 이향지 관리자 07-31 342
1304 사랑의 출처 / 이병률 관리자 07-30 548
1303 낚시터 여자 / 이영광 관리자 07-30 428
1302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관리자 07-27 626
1301 뒤늦게 열어본 서랍 / 최예슬 관리자 07-27 569
1300 총잡이 / 이동호 관리자 07-26 483
1299 가을에 핀 배꽃 / 이만구 관리자 07-26 614
1298 순간의 꽃 / 김용두 관리자 07-24 835
1297 적산가옥 / 신미나 관리자 07-24 586
1296 별을 지나서 / 김영미 관리자 07-23 761
1295 비 개인 날의 오후 / 박미숙 관리자 07-23 667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864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851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860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771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738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679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1114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1003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847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858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875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870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899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970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873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1133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1090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1032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1092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1121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1316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119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