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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2 14:2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65  

하얀 나무

 

김신영

 

 

가시 돋친 줄기 사이로 햇살이 찾아든다

어둠에 속한 내가 걸어 나와 햇살을 받는다

겁 없이 환해지는 문장과

입술에 차오는 오색의 영롱한 이슬

거침없이 우르르 입술에 쏟아져

땅에 구르기 시작한다

삶에서 만난 지독한 기술은 하나같이

칼날을 번쩍거리며 달고

하여, 두렵지 않은 날을 세어 볼까

가끔은 칼날에 베여 핏빛을 바르고

어둠에 갇혀 며칠을 숨어 몰래 밥을 먹었다

 

벌레처럼 몸을 구부리고 앉아

성경에 손을 얹고 느닷없이 맹세를 하던

성호를 그으며 촛불을 켜고

두 손을 모으던

머나먼 진리의 밤

 

내가 만난 것들은 하나같이 술별에 살고

술기운으로 아침을 맞는 종족

반쯤 발그레해진 얼굴로

땅에 떨어진 말을 주워 담느라

하루해가 지나가는

 

어둠의 끝에서 취한 기술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늘은 4번 출구에서 보고 싶은 햇살을 만나기로 했다

저기 교회당 십자가 아래 햇살이 눈에 들어온다

 

- 월간 시인동네(2017.9월호)에서

 

 

 

 


 

김신영 시인.jpg


 

 

충북 충주 출생

1994동서문학등단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불혹의 묵시록

평론집 현대시, 그 오래된 미래

대학교재 공저 대학국어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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