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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1 09: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932  

돼지가 웃었다

 

구재기

 

 

살아서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는 하늘 한 번 보기가

평생소원이었는지라

목숨을 버려서야 목욕재계하고

온몸을 뉘인 채

비로소 하늘을 보았다

 

돼지는 입만 슬쩍 벌리고 헤헤헤 웃었다

 

살아생전 웃을 일 전혀 없었던

돼지는 몸통마저 버린 채

머리만으로 높은 상에 올라앉으니

사람들은 저승 갈 노자까지

입에 물려주며

두 손 모아 큰절을 하였다

 

돼지는 소리없이 크게 흐흐흐 웃어댔다

 

*돼지는 목이 땅을 향하고 있어 기껏 높이 들어봤자 45도밖에

  들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있을 때는 오직 넘어졌을 때라고 한다.

 

- 시와경계2017년 가을호

 

 

 

 


 

구재기.jpg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편안한 흔들림』 『흔적』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6회 시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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