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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8 08:3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80  

소주 한 병이 공짜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 임희구 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문학의 전당, 2011) 중에서

 

 

 

임희구.jpg

1965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방송대 국문과 졸업

2003생각과 느낌으로 등단

시집으로 걸레와 찬밥』 『소주 한 병이 공짜

2003년 제12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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