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0-10 14: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27  

서른을 훌쩍 넘어 아이스크림

 

서효인

 

 

  우리는

  아직 아버지는 아니고

  어머니는 더더욱 아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에 적당할 나이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의 디자인을

  살펴볼 나이 예쁘고 작은 종이에서 단서를 찾아

  남의 삶 전반을 추리하는 나이 그럼 그렇지 그렇다면

  대봉하는 나이

  나는 오늘 저녁 좋은 아빠의

  상징인 베스킨라빈스에 갔다

  단단하게 얼어버린 설탕 덩이를 뜨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손목을 애처롭게 여기는 나이지만 카드를 내밀기 전 얼음

처럼 차가워지는 나이이며 포인트 적립과 사은품을 챙기며

드라이아이스가 되는 나이이다

  초콜릿과 녹차가

  섞이고 가운데는 단단한데

  한갓진 데는 녹기 시작한 나이가 됐다 이렇게

  얼마나 이렇게 더 살아야 하나 20년 지나 30

  나는 은행과 약속을 했다 죽지

  않기로 성실히 살기로 이 약속은 녹지

  않는다 동료의 조모상을 알리는 문자가

  온다 우리 할머니가 몇 살이더라

  남의 삶 전반이 가늠되지 않는

  나이 우리는

  단 것을 먹으면 혀가 간지럽고

  쓴 것을 먹으며 혀를 긁는다

  건강을 위해 이렇게

  내가 좋은 아빠다 죽지 않는 아빠다

  노인의 빈소

  모락거리는 연기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제 할 일을 다하고

  30년의 장례를 준비한다

  삼가,

  열심히 녹으면서

 

 

- 월간 시인동네2017.10월호

 

 

서효인.jpg

1981년 전남 목포 출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6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에세이 잘 왔어 우리 딸』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30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2278
1122 문지방을 넘다 / 임성용 관리자 11:04 53
1121 밤 산책 / 이정민 관리자 10:21 54
1120 헌 돈이 부푸는 이유 / 채향옥 관리자 01-17 155
1119 짐 / 유행두 관리자 01-17 130
1118 캄캄절벽이 환하다 / 채재순 (1) 관리자 01-16 232
1117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 진수미 관리자 01-16 197
1116 문득, 이 따뜻한 / 류현승 관리자 01-15 297
1115 내 안의 내원궁 / 김판용 관리자 01-15 224
1114 작금바다를 지나며 / 이은봉 관리자 01-12 417
1113 자오선 / 한성례 관리자 01-12 336
1112 오리의 탁란 / 강희안 관리자 01-11 386
1111 포옹 / 이기성 관리자 01-11 404
1110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 양현주 관리자 01-09 557
1109 개밥바라기 / 김종태 관리자 01-09 425
1108 마음의 문신 / 정공량 관리자 01-08 488
1107 화장터 고양이 / 이승리 관리자 01-08 473
1106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 이일림 관리자 01-05 728
1105 생강나무 발목을 적시는 물소리 / 강상윤 관리자 01-05 554
1104 그릇 / 오세영 관리자 01-04 651
1103 화엄 새벽 / 박제천 관리자 01-04 560
1102 향기 / 윤의섭 관리자 01-03 686
1101 미장센 / 송 진 관리자 01-03 576
1100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관리자 12-29 1040
1099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관리자 12-29 958
1098 풍천장어 / 이지호 관리자 12-27 818
1097 척 / 윤준경 관리자 12-27 777
1096 바퀴의 근성 / 이기와 관리자 12-26 847
1095 전신마취 / 김희업 관리자 12-26 781
1094 그 저녁의 강물 / 서양원 관리자 12-18 1478
1093 12월 / 최대희 (1) 관리자 12-18 1299
1092 돌사람 / 이 안 관리자 12-15 1187
1091 이상한 족속들 / 이시경 관리자 12-15 1070
1090 물방울 속으로 / 손진은 관리자 12-14 1126
1089 가묘에 몸 대신 울음을 눕히고 / 주영헌 관리자 12-14 955
1088 서술의 방식 / 심강우 관리자 12-13 991
1087 연어의 귀소 / 권도중 관리자 12-13 958
1086 가난한 연인 / 박정원 관리자 12-11 1293
1085 사막에서 잠들다 / 안차애 관리자 12-11 1090
1084 복서2 / 박후기 관리자 12-07 1166
1083 긍휼 / 성동혁 관리자 12-07 1206
1082 직벽 / 김언희 관리자 12-06 1201
1081 이마 / 신미나 관리자 12-06 1206
1080 벤치 / 문성해 관리자 12-05 1313
1079 몸의 집 / 최서진 관리자 12-05 1177
1078 웨이터 / 권혁웅 (1) 관리자 12-04 1232
1077 당신의 리듬 / 홍일표 (1) 관리자 12-04 1267
1076 입술 / 김경후 (1) 관리자 12-01 1423
1075 알뜰 함박눈 총판 / 박형권 (1) 관리자 12-01 1340
1074 그림 3, 4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 정익진 (1) 관리자 11-30 1214
1073 분홍에 가시가 자란다 / 정재분 (1) 관리자 11-30 126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