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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1 09:1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11  

쟁이

- 아버지

 

배영옥

 

 

  당신의 빛나는 손바닥을 가진 적이 있지. 당신 손바닥 위에서 나는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봐 나는 매일 뒷골목을 맴돌았지.

당신 손바닥에 있을 때만 나는 어린아이였지. 여전히 어린아이고 싶었지. 당신

손바닥에 달린 천 개의 창으로 나는 세상을 보았지. 당신 손바닥이 보여주는

뒷골목의 사람들은 아름다웠지.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봐 나는 매일 붉은

벽에 서서 바람을 마셨지. 지독한 행복이었지. 당신 손바닥에 아로새겨진 그 빛나는

상처를 품고 나는 어른이 됐지. 어린아이고 싶은 어른이었지. 혼자서도 손바닥을

뒤집을 수 있는 어른이었지만, 나는 결코 손바닥을 뒤집을 수 없었지. 행여 당신

손바닥이 쏟아질까봐,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봐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살았지. 그리운 기척 같은 버릇이었지.

 

 

- 월간 시인동네2017.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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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대구 출생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뭇별이 총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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