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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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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31 09: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87  

 

이것이 의 저녁이라면

 

   김행숙

 

 

신발장의 모든 구두를 꺼내 등잔처럼 강물에 띄우겠습니다

물에 젖어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구두를 위해 슬피 울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신발이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국가도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나의 저녁이라면 그 곁에서 밤이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습니다

기억의 국정화가 선고되었습니다

책들이 불타는 밤입니다

말들이 파도처럼 부서지고

긁어모은 낙엽처럼 한꺼번에 불타오르는 밤, 뜨거운 악몽처럼 이것이 나의 밤이라면 저 멀리서 아침이 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아침 햇빛이 내 눈을 찌르는 순간에 검은 보석같이 문맹자가 되겠습니다

사로잡히지 않는 눈빛이 되겠습니다

의무가 없어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나의 아침이라면 더 깊어지는 악몽처럼 구두가 물에 가라앉고 있습니다

눈을 씻어도 내 신발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서서히 돌부리나 멧돼지가 되겠습니다

 

 

kimhs.jpg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 《현대문학》등단
시집 『 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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