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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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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1 09:5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30  

 

무단횡단

 

   이재훈

 

 

감격이 없는 시간이었다.

누추하고 불편한 오후만 지나갔다.

모든 것을 버릴만한 일이 없었다.

대단한 경험도 은밀한 시간도 없었다.

길 한 가운데 자동차가 가득하다.

자동차들 사이로 소년이 서 있다.

소년을 인도할 사람은 없다.

빈들에 서서 빈 목소리를 듣는다.

빈 마음으로 운다.

모두 멸시할지라도

모두 천대하더라도

소년은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불타오르는 음란은 늘 존재한다.

경건한 시간도 없이 시간만 흐른다.

한겨울 앙상한 가지도

눈이 내리면 아름답다고 환호한다.

기다리면 눈은 내린다.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없는 도시에서

무엇을 지키려고 불을 기다리는가.

소년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안전하게 횡단한다.

지킬 것 없는 시간들을 마주한다.

소년의 오후는 무단으로 기록되고

무단으로 소년의 길이 비틀거린다.

여기저기 경적 소리가 울린다.

 

  《문학청춘》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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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문학박사

1998현대시등단

시집 명왕성 되다』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문학이론서 부재의 수사학』 『딜레마의 시학』 『현대시와 허무의식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2012년 한국시인협회상, 8회 젊은시인상, 2014년 제15회 현대시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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