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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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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2 09:3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37  

 

당신이라는 의외

 

   이용임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발이 많아 간지러웠나

기생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신발이 되거나 주걱이 되었다는 이웃의 이야기는

구닥다리 신문에서 읽었는데

 

신발도 없이 언 발로 서걱이느라

벌레의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더라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벌레는 자라고 나는 마르는

어느 부모자식 같은 신파가 한 계절,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삭은 피가 우수수 쏟아지더라

 

벌레를 품고 자다

다족류 벌레가 된 이웃은

짝이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고민이 많다던데

벌레의 골격으로 이루어진 심장을 더듬어도

이제는 너무 커다란 벌레를 집어넣을 수 없다

 

나는 네 이름의 텅 빈 문이 되었구나

밤새 꿈에 담아 데워놓은 신을 신고

너는 부지런히 멀리 사라지렴

 

굳은 피 귀퉁이를 잘라 먹이며

벌레의 작은 발을 쓰다듬는다

눈보라 속의 발

 

내가 닿는 혈관마다 겨울이 될 거야

너는 내가 그린 지도가 될 거야

병은 정처 없어

발만 묻힌 무덤에 공양하였다

 

벌레는 자라고

스멀거리는 감각만 오래 남아

기면증을 앓았다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시와 사람》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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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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