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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6 11:0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379  

 

계단이 오면

 

   심언주

 

 

계단이 오면

 

나는 무릎을 꺾으며 방아깨비처럼

굽신거립니다.

 

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두 발이 짧아집니다.

 

공보다 빨리

한꺼번에 몇 계단씩

내려서고 싶은데

 

계단이 굽신거리며 내 발을 받들어서

밟아도 밟아도 계단이 끊어지지 않아서

 

내려다보면

 

발 아래서 누군가의 머리가,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발이

차곡차곡 쌓여 꿈틀거립니다.

 

11월은 나 혼자 쌓은 것이 아니어서

단풍을 따라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계단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문학들》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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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등
'시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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