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10 11:0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27  

 

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이근화

 

 

 

날이 흐리다

곧 눈이 흩날릴 것이고

뜨거운 철판 위의 코끼리들처럼 춤을 추겠지

커다랗고 슬픈 눈도 새하얀 눈발도 읽어내기 어렵다

저 너머에만 있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등이 굽은 사람들

 

시곗바늘 위에 야광별을 붙여 놓은 아이는 아직 시간을 모른다

밤과 낮을 모르고

새벽의 한기와 허기를 모른다

잠깐 시간은 반짝였던가

별을 빗겨 부지런한 시간을 바늘이 달린다

 

반짝이는 것에 기대어 말할까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속삭여볼까

 

아직은 잿빛 세상 속에 끼워 넣을 희미한 의미의 갈피를 지니고 있는 존재들*

 

날이 흐리고

눈이 흩날리는 시간은

케이크 위의 설탕과자처럼 부서지거나 녹아내릴 것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어디에나 이를 수 있겠지만

오늘밤 붙박인 사람들은 작은 손을 모은다

물에 잠긴 수도원을 서성이는 발걸음은

무의미하다

최선을 다한 기도처럼

 

차가운 창밖을 부지런히

성의껏 달리는

흰 눈들

 

잿빛 세상을 다독이려는 듯이

눈발이 굵어진다

 

 

  * 권여선,「재」

 

 

   —《현대시학》2017년 1월호

 

PYH2009070101660000500_P2.jpg


 

 

1976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2004년 ≪현대문학≫ 등단
2009  윤동주 젊은 작가상 수상
시집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7461
1239 봄비 / 정한용 (1) 관리자 05-18 418
1238 탱고를 추다 / 이경교 관리자 05-17 373
1237 보금자리주택지구 / 이선이 관리자 05-17 268
1236 병상 일기 2 / 이해인 관리자 05-16 332
1235 위성 / 배영옥 관리자 05-16 313
1234 어른의 맛 / 김윤이 관리자 05-15 443
1233 소묘 5 / 이성렬 관리자 05-15 337
1232 합주 / 정끝별 관리자 05-11 644
1231 새댁 / 이인철 관리자 05-11 553
1230 한 걸식자의 비망록 / 권순진 관리자 05-10 544
1229 구두를 닦다 / 강태승 관리자 05-10 545
1228 축, 생일 / 신해욱 관리자 05-09 579
1227 광화문 천막 / 이영주 관리자 05-09 511
1226 엄마 / 김완하 관리자 05-08 716
1225 지구 동물원 / 정 영 관리자 05-08 521
1224 일력 / 마경덕 관리자 05-04 801
1223 적멸에 앉다 / 장인수 관리자 05-04 727
1222 봄비 / 정호승 관리자 05-02 1234
1221 드라마 / 이동호 관리자 05-02 788
1220 의혹 / 서연우 관리자 04-30 871
1219 녹 / 하상만 관리자 04-30 794
1218 돌을 웃기다 / 성영희 관리자 04-27 1041
1217 날아라, 십정동 / 김선근 관리자 04-27 932
1216 봄날의 서재 / 전윤호 관리자 04-26 987
1215 초록 서체 / 오영록 관리자 04-26 899
1214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1) 관리자 04-23 1099
1213 봄비 / 안도현 (1) 관리자 04-23 1505
1212 겹겹, 겹겹의 / 유희경 관리자 04-19 1280
1211 두 음 사이 / 신영배 관리자 04-19 1166
1210 동백 꽃잠 / 장상관 관리자 04-18 1197
1209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 허영숙 관리자 04-18 1146
1208 벚꽃 십리 / 손순미 관리자 04-17 1302
1207 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 심강우 관리자 04-17 1156
1206 그런 저녁 / 박제영 관리자 04-16 1305
1205 몽골 편지 / 안상학 관리자 04-16 1089
1204 꽃의 권력 / 고재종 관리자 04-13 1501
1203 표변 / 이화영 관리자 04-13 1298
1202 농담이라는 애인 / 조유리 관리자 04-12 1350
1201 어린 나뭇잎에게 / 이수익 관리자 04-12 1404
1200 나미브 사막에서 / 장승규 관리자 04-11 1209
1199 맷집 / 박승류 관리자 04-11 1188
1198 별천지 / 이소현 관리자 04-10 1387
1197 진달래 / 윤제림 관리자 04-10 1563
1196 오래된 연인 / 최기순 관리자 04-09 1490
1195 봄꽃 천 원 / 김수우 관리자 04-09 1469
1194 바늘 / 이승리 관리자 04-09 1419
1193 B플랫 단조의 골목 / 김예하 관리자 04-05 1397
1192 산수유 피는 마을 / 이 강 (1) 관리자 04-05 1438
1191 산수유나무 / 이선영 관리자 04-04 1395
1190 꽃의 자세 / 김정수 관리자 04-04 149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