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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3 11:3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872  

 

실내악(窸內樂)*

 —침묵과 바닥 2중주

 

   정재학

 

 

어린 비

젖은 시멘트 마당

나에게 침투한 침묵과 난

이미 어색하지 않은 사이여서

그 바닥에 우울을 두고 왔다

 

낡은 커튼을 들추었더니

움직인 시간보다

움직이지 않은 시간이 더 많은

혓바닥들이 쌓여있다

 

결국 바닥은 다시 시작이어서

꿈틀대지 않았지만 그 혀들은

침묵하는 동안에도 고요하게 연주되고 있었다

 

나는 속살처럼 약해서 갑옷이 필요하다

얼굴에 돌이 찬다

얼굴이 바위가 된다

 

바닥과 돌은 친분이 깊다

 

* 내면에서 흘러나온 불안한 소리의 음악

 

 

   —《시와 사상》2017년 여름호

 

200805290059.jpg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등


童心初박찬일 17-11-19 16:12
 
어느 비오는 날이면 우울이 올 수도 있고,어쩌면 민감하게 아토피를 달고 있을 화자의 약한 피부는 커튼 뒤 곰팡이 낀 현실의 우울함에 자지러질 지 모르겠군요.
즐감하였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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