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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4 09:1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74  

 

모레이가 물고기를 셉니다

 

   김지녀

 

 

물고기를 셉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모레이는 어둑해질 때까지 물고기를 셉니다

친구는 내 일에서 평화를 찾지만 사실 물고기를 세는 일은 세밀한 주의력을 요합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물고기가 방향을 틉니다

이쪽은 저쪽이 되고

저쪽은 이쪽이 되었습니다

모레이가 물고기를 셉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건조경보로 호수의 물높이가 낮아졌습니다

두통약을 두 알 더 먹었습니다

오늘 물고기들은 어제 물고기와 다른 색이군요

위장이라기보다 부정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여섯 마리 일곱 마리 여덟

마리가 지나갔습니다 아홉 마리 그리고 열 번째 물고기가 저기서 오고 있습니다

이 휴지休止가 좋습니다

잠깐 먼 곳을 볼 수 있고 샌드위치를 한 입 베고

지나간 물고기들을 그리워할 수 있으니까요

해 뜨기 전에 와서 호수를 한 바퀴 돌면

물고기처럼 모레이는 잊어버립니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어제는 내일이 됩니다

모레이는 마음으로 헤아리다가 큰 소리로 물고기들을 헤아립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끝날 거 같지 않은 날들이 물고기와 같이 떠다닙니다 방금 지나간 물고기를 셌는지

안 셌는지 나는 혼돈 속입니다

물고기가 많아서인지 모레이가 많아서인지

모레이는 무無에 대해 생각합니다

 

말하려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라앉은 걸까?

지금은 누구일까?

영원히 떠오르지 못하는 유선형의 기억

말 없는 삶이 수면 아래서 부화하는 시기입니다

 

 

 

     —《시와 사상》2017년 여름호

 

kim1.jpg


 

2007세계의 문학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양들의 사회학

20회 편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童心初박찬일 17-11-19 15:55
 
moray 모레이
영단어의 뜻1.곰칫과의 총칭. 2.머리
국어의 뜻.1.‘마루’의 방언 (경북).2.‘모롱이’의 방언.
시의 작가는 이 뜻 중 어느 것을 골라 시제로 썼을까?
제 생각에는 곰치와 머리가 결합된 모습인듯 싶군요.머리 속으로 헤아리는 내가 곰치가 되다가 머리가 되어버린.
즐감하였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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