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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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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5 10:4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30  

 

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조용미

 

 

빈소에서 지는 해를 바라본 것 같다

며칠간 그곳을 떠나지 않은 듯하다

 

마지막으로

읽지 못할 긴 편지를 쓴 것도 같다

 

나는 당신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천천히

멱목을 덮었다

 

지금 내 눈앞에 아무것도 없다

 

당신의 길고 따뜻했던 손가락을 느끼며

잡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이었으며 우리의 다짐은 얼마나 위태로웠으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초라했는

 

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이곳에서

 

당신과 나를 위해 만들어진 짧은 세계를

의심하느라

 

나는 아직 혼자다

 

 

 —《시인동네》2017년 9월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등


童心初박찬일 17-11-19 15:33
 
수채화.맑은 날을 그린 수채화가 아닌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합니다.
관조하는 카메라 워킹이 흔들림없이 잔잔한데 담긴 삶은 폭풍을 접시에 담은 듯하여 짠해지는군요.
즐거이 감상하여씁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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