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16 10: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56  

 

만월

 

   송종규

 

 

두꺼운 책갈피에 백일홍 꽃잎을 끼워 넣으면서

그 여름이 지나갔다

 

무대는 침묵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시선을 비켜서 의자가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있고

어떤 대사도 없이 한 사람이 올라가고 한 사람이 내려오고

여러 사람이 무심한 듯 시소 위에 올라앉아 있다

바람과 구름의 입술이 스쳐 간 자작나무 잎사귀에는

비비새가 쪼아대던 새벽의 공기가 묻어 있고

무대는 의자와 시소와 침묵으로 꽉 차 있다

 

나는 막 이불을 펼치려던 참이었고, 나는 막 창문을 잠그려던 참이었는데

첫눈 같은 이마를 반짝이며 가을이 오고 있었다

 

물방울들이 스크럼을 짜고 호수의 표면을 뒤덮는 저녁

 

우레와 같은 커튼콜에 보름달이 불려 나오고, 수면이 차오르고,

 

백일홍 꽃물이 책갈피 속에 환하게 백열등 불을 켠다

 

 

   —《시와 표현》 2017년 2월호

 

sjg.jpg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


童心初박찬일 17-11-18 00:15
 
가지런하다. 단정히 정돈된 약장같은 시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에
느끼는 소회가 남다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0726
1092 돌사람 / 이 안 관리자 12-15 74
1091 이상한 족속들 / 이시경 관리자 12-15 60
1090 물방울 속으로 / 손진은 관리자 12-14 170
1089 가묘에 몸 대신 울음을 눕히고 / 주영헌 관리자 12-14 109
1088 서술의 방식 / 심강우 관리자 12-13 149
1087 연어의 귀소 / 권도중 관리자 12-13 135
1086 가난한 연인 / 박정원 관리자 12-11 374
1085 사막에서 잠들다 / 안차애 관리자 12-11 259
1084 복서2 / 박후기 관리자 12-07 377
1083 긍휼 / 성동혁 관리자 12-07 364
1082 직벽 / 김언희 관리자 12-06 393
1081 이마 / 신미나 관리자 12-06 382
1080 벤치 / 문성해 관리자 12-05 453
1079 몸의 집 / 최서진 관리자 12-05 360
1078 웨이터 / 권혁웅 (1) 관리자 12-04 416
1077 당신의 리듬 / 홍일표 (1) 관리자 12-04 417
1076 입술 / 김경후 (1) 관리자 12-01 580
1075 알뜰 함박눈 총판 / 박형권 (1) 관리자 12-01 521
1074 그림 3, 4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 정익진 (1) 관리자 11-30 463
1073 분홍에 가시가 자란다 / 정재분 (1) 관리자 11-30 476
1072 혼잣말, 그 다음 / 함성호 (1) 관리자 11-28 721
1071 보라에 대하여 / 서안나 (1) 관리자 11-28 593
1070 집 / 이선영 (1) 관리자 11-27 653
1069 천돌이라는 곳 / 정끝별 관리자 11-27 579
1068 울타리 / 조말선 관리자 11-24 863
1067 물고기 풍경 / 윤의섭 (1) 관리자 11-24 699
1066 커피 볶는 시간 / 유정이 (1) 관리자 11-23 753
1065 반구대 암각화 / 한국현 (1) 관리자 11-23 618
1064 낙과 / 이덕규 (1) 관리자 11-22 817
1063 시간에 기대어 / 고재종 (1) 관리자 11-22 812
1062 저공비행 / 최형심 관리자 11-21 725
1061 포크송 / 강성은 (1) 관리자 11-21 678
1060 고래가 되는 꿈 / 신동옥 (1) 관리자 11-20 780
1059 야수의 세계 / 서윤후 (1) 관리자 11-20 704
1058 만월 / 송종규 (1) 관리자 11-16 1057
1057 흐린 날의 귀가 / 조 은 (1) 관리자 11-16 971
1056 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 조용미 (1) 관리자 11-15 982
1055 耳鳴 / 나희덕 (1) 관리자 11-15 967
1054 검은 징소리 / 장옥관 (1) 관리자 11-14 932
1053 모레이가 물고기를 셉니다 / 김지녀 (1) 관리자 11-14 865
1052 발의 본분 / 조경희 (1) 관리자 11-13 966
1051 실내악 / 정재학 (1) 관리자 11-13 873
1050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 이근화 관리자 11-10 1335
1049 바람 조율사 / 김유석 관리자 11-10 1086
1048 폭풍 속의 고아들 / 리 산 관리자 11-09 1072
1047 구름의 산수 / 강인한 관리자 11-09 1117
1046 문장리 / 이상인 관리자 11-08 1043
1045 곤계란 / 최금진 관리자 11-08 1003
1044 비파나무 / 이경교 관리자 11-07 1121
1043 살구나무 당나귀 / 송진권 관리자 11-07 108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