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21 09:5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96  

 

저공비행 

 

    최형심  


 

   조용한 사람들 곁에는 조용한 봄이 와서 머물렀다. 낮은 목책에 와 울음냄새를 맡아볼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소리에 인적 드물어지면 무거워진 물방울들이 수호초 곁을 떠났다.

 

   수학자들의 날에는 곡선에 맞춰 하루를 보냈다. 지구 반대편만큼 먼 별이 또 있나……, 발바닥을 자주 내려다보았다.

 

   묵음을 짚은 어릿광대들, 옆걸음으로 천년을 가서 은비늘 아래 들 수 있을까. 하절(夏節)에 이른 자들의 이름이 길어지고 있었으므로 아이들은 오월의 행성들처럼 기차를 타러 갔다.

 

   새들의 계절에는 청란(靑卵)을 품은 나무들이 계단의 표정에 다가가 앉았다. 낮은 물자리 위로 나비의 숨소리가 내려왔다.

 

   이안류에 쓸려간 화요일처럼 휘파람에 굽어진 할미새가 골목 안을 들여다보았다. 풀숲이 불쑥 푸른 혀를 내밀어 계절이 없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곳,

 

   물수제비를 뜨는 저편에서 밥 타는 냄새를 맡은 고양이가 한쪽 눈을 감는다. 까만 젖꼭지에 물린 그리운 계급들 보리밭으로 가고

 

   아무렇게나 머리를 허공에 꽂으며 사람들은 슬픔이 발보다 크다 했다. 종이박스 안,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어디도 가지 않았다.

 

 

 

     —《시와 표현》 2017년 8월호

 

최형심 증명사진 2.jpg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8현대시등단

2009아동문예문학상 수상

2012한국소설신인상 수상

2014시인광장시작품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7461
1239 봄비 / 정한용 (1) 관리자 05-18 418
1238 탱고를 추다 / 이경교 관리자 05-17 373
1237 보금자리주택지구 / 이선이 관리자 05-17 268
1236 병상 일기 2 / 이해인 관리자 05-16 332
1235 위성 / 배영옥 관리자 05-16 313
1234 어른의 맛 / 김윤이 관리자 05-15 443
1233 소묘 5 / 이성렬 관리자 05-15 337
1232 합주 / 정끝별 관리자 05-11 644
1231 새댁 / 이인철 관리자 05-11 553
1230 한 걸식자의 비망록 / 권순진 관리자 05-10 544
1229 구두를 닦다 / 강태승 관리자 05-10 545
1228 축, 생일 / 신해욱 관리자 05-09 579
1227 광화문 천막 / 이영주 관리자 05-09 511
1226 엄마 / 김완하 관리자 05-08 716
1225 지구 동물원 / 정 영 관리자 05-08 521
1224 일력 / 마경덕 관리자 05-04 801
1223 적멸에 앉다 / 장인수 관리자 05-04 727
1222 봄비 / 정호승 관리자 05-02 1234
1221 드라마 / 이동호 관리자 05-02 788
1220 의혹 / 서연우 관리자 04-30 871
1219 녹 / 하상만 관리자 04-30 794
1218 돌을 웃기다 / 성영희 관리자 04-27 1041
1217 날아라, 십정동 / 김선근 관리자 04-27 932
1216 봄날의 서재 / 전윤호 관리자 04-26 987
1215 초록 서체 / 오영록 관리자 04-26 899
1214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1) 관리자 04-23 1099
1213 봄비 / 안도현 (1) 관리자 04-23 1505
1212 겹겹, 겹겹의 / 유희경 관리자 04-19 1280
1211 두 음 사이 / 신영배 관리자 04-19 1166
1210 동백 꽃잠 / 장상관 관리자 04-18 1197
1209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 허영숙 관리자 04-18 1146
1208 벚꽃 십리 / 손순미 관리자 04-17 1302
1207 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 심강우 관리자 04-17 1156
1206 그런 저녁 / 박제영 관리자 04-16 1305
1205 몽골 편지 / 안상학 관리자 04-16 1089
1204 꽃의 권력 / 고재종 관리자 04-13 1501
1203 표변 / 이화영 관리자 04-13 1298
1202 농담이라는 애인 / 조유리 관리자 04-12 1350
1201 어린 나뭇잎에게 / 이수익 관리자 04-12 1404
1200 나미브 사막에서 / 장승규 관리자 04-11 1209
1199 맷집 / 박승류 관리자 04-11 1188
1198 별천지 / 이소현 관리자 04-10 1387
1197 진달래 / 윤제림 관리자 04-10 1563
1196 오래된 연인 / 최기순 관리자 04-09 1490
1195 봄꽃 천 원 / 김수우 관리자 04-09 1469
1194 바늘 / 이승리 관리자 04-09 1419
1193 B플랫 단조의 골목 / 김예하 관리자 04-05 1397
1192 산수유 피는 마을 / 이 강 (1) 관리자 04-05 1438
1191 산수유나무 / 이선영 관리자 04-04 1395
1190 꽃의 자세 / 김정수 관리자 04-04 149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