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21 09:5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08  

 

저공비행 

 

    최형심  


 

   조용한 사람들 곁에는 조용한 봄이 와서 머물렀다. 낮은 목책에 와 울음냄새를 맡아볼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소리에 인적 드물어지면 무거워진 물방울들이 수호초 곁을 떠났다.

 

   수학자들의 날에는 곡선에 맞춰 하루를 보냈다. 지구 반대편만큼 먼 별이 또 있나……, 발바닥을 자주 내려다보았다.

 

   묵음을 짚은 어릿광대들, 옆걸음으로 천년을 가서 은비늘 아래 들 수 있을까. 하절(夏節)에 이른 자들의 이름이 길어지고 있었으므로 아이들은 오월의 행성들처럼 기차를 타러 갔다.

 

   새들의 계절에는 청란(靑卵)을 품은 나무들이 계단의 표정에 다가가 앉았다. 낮은 물자리 위로 나비의 숨소리가 내려왔다.

 

   이안류에 쓸려간 화요일처럼 휘파람에 굽어진 할미새가 골목 안을 들여다보았다. 풀숲이 불쑥 푸른 혀를 내밀어 계절이 없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곳,

 

   물수제비를 뜨는 저편에서 밥 타는 냄새를 맡은 고양이가 한쪽 눈을 감는다. 까만 젖꼭지에 물린 그리운 계급들 보리밭으로 가고

 

   아무렇게나 머리를 허공에 꽂으며 사람들은 슬픔이 발보다 크다 했다. 종이박스 안,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어디도 가지 않았다.

 

 

 

     —《시와 표현》 2017년 8월호

 

최형심 증명사진 2.jpg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8현대시등단

2009아동문예문학상 수상

2012한국소설신인상 수상

2014시인광장시작품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40087
1324 딱새의 작은 고추 / 김상미 관리자 08-16 207
1323 자정의 심리학자 / 최서진 관리자 08-16 160
1322 뿌리의 생각 / 최금진 관리자 08-14 314
1321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죠 / 장석주 관리자 08-14 201
1320 코너 / 정영효 관리자 08-10 313
1319 늪의 입구 / 연왕모 관리자 08-10 281
1318 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관리자 08-08 336
1317 5호선 / 나기철 관리자 08-08 313
1316 닫힌 문 / 백우선 관리자 08-07 367
1315 문어탕 / 김상미 관리자 08-07 251
1314 가정의 행복 / 김 안 관리자 08-06 357
1313 오이에 대한 오해 / 이용헌 관리자 08-06 268
1312 아름다움에 대하여 / 윤제림 관리자 08-03 570
1311 젖다 / 마경덕 관리자 08-03 450
1310 푸른 용수철 / 박현수 관리자 08-02 389
1309 의자들 / 이명윤 관리자 08-02 420
1308 밤 속의 길 / 김해자 관리자 08-01 470
1307 핑크 / 임혜신 관리자 08-01 407
1306 불가능한 호 / 박장호 관리자 07-31 361
1305 햇살 통조림 / 이향지 관리자 07-31 364
1304 사랑의 출처 / 이병률 관리자 07-30 578
1303 낚시터 여자 / 이영광 관리자 07-30 452
1302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관리자 07-27 644
1301 뒤늦게 열어본 서랍 / 최예슬 관리자 07-27 590
1300 총잡이 / 이동호 관리자 07-26 497
1299 가을에 핀 배꽃 / 이만구 관리자 07-26 641
1298 순간의 꽃 / 김용두 관리자 07-24 854
1297 적산가옥 / 신미나 관리자 07-24 600
1296 별을 지나서 / 김영미 관리자 07-23 784
1295 비 개인 날의 오후 / 박미숙 관리자 07-23 691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882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869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882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780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747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687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1138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1021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858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865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886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878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906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983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882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1157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1102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1044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1112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115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