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24 09: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05  

 

울타리

 

   조말선

 

 

   울타리는 가고 있다 울타리는 나지막한 끝말을 이어가고 있다 자주제비울타리콩 다음에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 다음에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손이 얽히고설킨 다음에 귀를 쫑긋 세우고 울타리를 귀담아듣는 울타리가 다음 순서다

 

   드문드문하고 휘어지고 허술하게 엮어놓은 말 때문에 쉽게 넘어지는 울타리는 중간 말을 이어간다 울타리는 에워싸지 않고 에워싸고 지킬 것 없이 지키고 규정되지 않은 것을 규정하는 성질 때문에 가운데가 텅 비었다

 

   울타리는 이끌고 가는 데 능하다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형식을 빙 둘러서 간다 단번에 뛰어넘을 결심을 했다면 손에 든 가방부터 훌쩍 집어던진 그다음에

 

   울타리는 밟지 않는다 울타리는 걷어차지 않는다 울타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명확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 울타리는 끝없는 말을 이어가므로 출입문을 통해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울타리는 나를 좀 얽히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면 자주제비울타리콩이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콩이 되도록 울타리는 나를 좀 설키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빙 둘러 갈 수도 있다면 자주제비울타리콩이 빙 둘러서 콩이 되도록

 

   울타리는 길지만 높이를 지향하기 때문에 울타리과에 속하는 것들은 동물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울타리를 타고 울타리를 옭아매고 울타리를 친친 감는다

 

   울타리는 뒷말을 이어간다 울타리는 끝까지 끝나지 않는다 울타리는 지루한 말이 아니고 길고 긴 형식이다

 

 

  

 

경남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및 《현대시학 》 등단
2001년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3776
1150 허공에 검은 선을 그으며 / 이재연 관리자 10:08 99
1149 붉은 나무들의 새벽 / 정용화 관리자 10:04 69
1148 양철굴뚝과 나팔꽃 / 유창성 관리자 02-14 340
1147 껍데기론 / 신단향 관리자 02-14 295
1146 개같은 사랑 / 최광임 관리자 02-12 482
1145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관리자 02-12 430
1144 오렌지에 대한 짧은 생각 / 김부회 관리자 02-09 499
1143 발/ 권기만 관리자 02-09 441
1142 칼갈이 스다께씨 / 김미희 관리자 02-07 515
1141 막판이 된다는 것 / 문보영 관리자 02-07 532
1140 0도와 영하 1도 사이 / 조현석 관리자 02-05 654
1139 사과하는 방법 / 신이림 관리자 02-05 598
1138 바깥의 표정 / 이해존 관리자 02-02 759
1137 드라마에 빠지다 / 나호열 관리자 02-02 658
1136 겨울 변주 / 정다인 관리자 01-31 845
1135 낙타는 묶여 있던 밤을 기억한다 / 오 늘 관리자 01-31 727
1134 오래된 울음 / 이진환 관리자 01-30 820
1133 설핏 / 김진수 관리자 01-30 673
1132 외상 장부 / 이종원 관리자 01-29 691
1131 희나리 / 향일화 관리자 01-26 1173
1130 겨울 병동 / 최충식 관리자 01-26 830
1129 정오의 꽃 / 오시영 관리자 01-25 876
1128 자전거 바퀴를 위한 레퀴엠 / 안정혜 관리자 01-25 777
1127 파도타기 / 정호승 관리자 01-23 1032
1126 불멸의 꽃 / 김광기 관리자 01-23 876
1125 죽은 파도에 관한 에필로그 / 전비담 관리자 01-22 894
1124 가볍고 가벼운 / 김 령 관리자 01-22 939
1123 수유역에서 / 장옥근 관리자 01-19 1066
1122 다른 교실 / 서동균 관리자 01-19 948
1121 문지방을 넘다 / 임성용 관리자 01-18 1051
1120 밤 산책 / 이정민 관리자 01-18 1012
1119 헌 돈이 부푸는 이유 / 채향옥 관리자 01-17 1030
1118 짐 / 유행두 관리자 01-17 969
1117 캄캄절벽이 환하다 / 채재순 (1) 관리자 01-16 1070
1116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 진수미 관리자 01-16 1002
1115 문득, 이 따뜻한 / 류현승 관리자 01-15 1225
1114 내 안의 내원궁 / 김판용 관리자 01-15 998
1113 작금바다를 지나며 / 이은봉 관리자 01-12 1220
1112 자오선 / 한성례 관리자 01-12 1112
1111 오리의 탁란 / 강희안 관리자 01-11 1143
1110 포옹 / 이기성 관리자 01-11 1221
1109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 양현주 관리자 01-09 1390
1108 개밥바라기 / 김종태 관리자 01-09 1198
1107 마음의 문신 / 정공량 관리자 01-08 1266
1106 화장터 고양이 / 이승리 관리자 01-08 1245
1105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 이일림 관리자 01-05 1570
1104 생강나무 발목을 적시는 물소리 / 강상윤 관리자 01-05 1320
1103 그릇 / 오세영 관리자 01-04 1459
1102 화엄 새벽 / 박제천 관리자 01-04 1351
1101 향기 / 윤의섭 관리자 01-03 149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