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7-11-24 09:29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31  

 

울타리

 

   조말선

 

 

   울타리는 가고 있다 울타리는 나지막한 끝말을 이어가고 있다 자주제비울타리콩 다음에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 다음에 자주제비울타리콩덩쿨손이 얽히고설킨 다음에 귀를 쫑긋 세우고 울타리를 귀담아듣는 울타리가 다음 순서다

 

   드문드문하고 휘어지고 허술하게 엮어놓은 말 때문에 쉽게 넘어지는 울타리는 중간 말을 이어간다 울타리는 에워싸지 않고 에워싸고 지킬 것 없이 지키고 규정되지 않은 것을 규정하는 성질 때문에 가운데가 텅 비었다

 

   울타리는 이끌고 가는 데 능하다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형식을 빙 둘러서 간다 단번에 뛰어넘을 결심을 했다면 손에 든 가방부터 훌쩍 집어던진 그다음에

 

   울타리는 밟지 않는다 울타리는 걷어차지 않는다 울타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명확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 울타리는 끝없는 말을 이어가므로 출입문을 통해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울타리는 나를 좀 얽히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면 자주제비울타리콩이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콩이 되도록 울타리는 나를 좀 설키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빙 둘러 갈 수도 있다면 자주제비울타리콩이 빙 둘러서 콩이 되도록

 

   울타리는 길지만 높이를 지향하기 때문에 울타리과에 속하는 것들은 동물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울타리를 타고 울타리를 옭아매고 울타리를 친친 감는다

 

   울타리는 뒷말을 이어간다 울타리는 끝까지 끝나지 않는다 울타리는 지루한 말이 아니고 길고 긴 형식이다

 

 

  

 

경남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및 《현대시학 》 등단
2001년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40097
1324 딱새의 작은 고추 / 김상미 관리자 08-16 234
1323 자정의 심리학자 / 최서진 관리자 08-16 179
1322 뿌리의 생각 / 최금진 관리자 08-14 326
1321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죠 / 장석주 관리자 08-14 210
1320 코너 / 정영효 관리자 08-10 321
1319 늪의 입구 / 연왕모 관리자 08-10 286
1318 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관리자 08-08 341
1317 5호선 / 나기철 관리자 08-08 316
1316 닫힌 문 / 백우선 관리자 08-07 376
1315 문어탕 / 김상미 관리자 08-07 258
1314 가정의 행복 / 김 안 관리자 08-06 364
1313 오이에 대한 오해 / 이용헌 관리자 08-06 273
1312 아름다움에 대하여 / 윤제림 관리자 08-03 577
1311 젖다 / 마경덕 관리자 08-03 455
1310 푸른 용수철 / 박현수 관리자 08-02 390
1309 의자들 / 이명윤 관리자 08-02 422
1308 밤 속의 길 / 김해자 관리자 08-01 473
1307 핑크 / 임혜신 관리자 08-01 410
1306 불가능한 호 / 박장호 관리자 07-31 366
1305 햇살 통조림 / 이향지 관리자 07-31 369
1304 사랑의 출처 / 이병률 관리자 07-30 583
1303 낚시터 여자 / 이영광 관리자 07-30 455
1302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관리자 07-27 646
1301 뒤늦게 열어본 서랍 / 최예슬 관리자 07-27 591
1300 총잡이 / 이동호 관리자 07-26 502
1299 가을에 핀 배꽃 / 이만구 관리자 07-26 648
1298 순간의 꽃 / 김용두 관리자 07-24 860
1297 적산가옥 / 신미나 관리자 07-24 601
1296 별을 지나서 / 김영미 관리자 07-23 788
1295 비 개인 날의 오후 / 박미숙 관리자 07-23 693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884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873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887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784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749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689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1145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1025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861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868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890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884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907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986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883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1161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1103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1046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1116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115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