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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8 09: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20  

 

혼잣말, 그 다음

 

   함성호

 

 

혼잣말 그 다음—이 도시는

거대한 레코드판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혼잣말이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의 쥐똥나무 울타리를 타고 흐르고

신호를 기다리는 건널목을 가로질러

말하듯 노래하기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의 물결이

혼잣말로 들린 것도 그 다음이었다

혼잣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고

혼잣말이 사라진 자리를 단풍나무와 사철나무가

실망으로 우거져 내리어 메운 것도 그 다음이었다

 

새벽의 골목에서는 혼잣말의 그림자가

사방에서 포위해 오며 들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혼잣말의 홈을 따라 도는 바늘 같기도 했다

 

이 도시에 누가 혼잣말을 기록하고 다녔는지

혼잣말은 지하철로에도, 계단에도, 복도에도

유리문의 경첩에서도 투명하게 울려 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혼잣말을

홀로 듣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이 미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내가 미친 것은

혼잣말, 그 다음이었다 

 

 —《포지션》 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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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강원도 속초출생.
강원대 건축과 졸업.
1990년 계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聖 타즈마할』『56억 7천만년의 고독』『너무 아름다운 병』, 『키르티무카』
산문집 『허무의 기록』‘21세기 전망’동인


童心初박찬일 17-12-01 14:00
 
삶과 세상 속에 흩어진 본질은 무엇일까?를 되새김합니다.
레코드 소리나 혼자 듣는 음악 속에 묻힌 나뉘지 못하는 본질은 삶의 무엇이었는가?
어쩌면 시란 것이 이런 본질에 대한 노래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감사히 읽고 갑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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