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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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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1 09:4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41  

 

가난한 연인

 

   박정원

 

 

달포 전 사십대 여자가 강으로 투신했다

며칠 전엔 강가 미루나무에 한 사내가 목을 매달았다

경찰은 경찰답게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덮어놨던 시신을 들춰 보이며 내게 혹시 아는 분이냐고 물어보았을 뿐이다

 

‘사랑은 성욕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행간에 걸려 나뭇가지는 더 이상 강물에 떠내려가지 못한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미류(美柳) 그늘에서

넌 참 좋겠다, 한 발짝도 떼지 않고서도 마음만 먹으면 부유(富裕)할 수 있으니

 

잠시 다니러 온 쇼펜하우어가 비아냥거린다 염세나 초월 따위, 가난한 욕망 앞에선 한갓 사치일 뿐이라고

 

누구도 그들의 선택을 막지 못한다

단 한 번의 죽음은 다시 죽을 수 없으므로 행복하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햇볕은 왕성하고 강물은 물비늘을 깁는다

나는 마지막으로 찍힌 그들의 발자국을 밟고 서 있다

 

 

 

충남 금산 출생
1998년《詩文學 》등단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꽃불』
‘함시’ 동인으로 활동 중
시인정신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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