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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5 11: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76  

이상한 족속들

 

이시경

 

 

  나노산맥 아래 펨토협곡

그곳에 살고 있는 족속들, 그들은 수십억 년 동안 잠잠하다가 요즘 세상에 나왔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담보로 얻은 영감의 밑그림으로부터 그들을 짐작한다. 얼굴도

냄새도 무게도 없는 남성, 여성, 중성들.

 

  산맥을 따라 산안개 피어오른다. 쌍끌이 현미경으로 협곡을 샅샅이 훑다가 이상한

 아이가 하나 걸리면 전 세계 언어들이 일제히 발광한다.

 

  그 중에는 결정의 격자 사이로 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열을 받아

 곧잘 흥분한다. 피코* 협곡에서 뛰쳐나와 고체 속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는데,

1세기 전부터 사람들은 그 족속에 멍에를 씌우는데 성공했다. 그들이 떼로 모이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림 그리며 글을 쓴다. 말하고 간섭하고 서로 사랑도 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며 진화를 꿈꾼다. 작은 공룡들, 이제 그들은 우리의 손과 이목구비,

 

세상은 하늘을 나는 공룡들로 가득한데

어디서는 그들을 사냥매로 시치미를 붙여 조련시킨다는데

 

어느 족속은 아직도 고집이 황소다.

 

* 1피코미터= 1000펨토미터=0.001 나노미터

 

 

- 시산맥2017년 겨울호

 

 

 

충남 부여 출생
2011년 《애지》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으로『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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