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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8 15: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94  

저녁의 강물

 

 서양원

 

 

  내 유년의 강은 저문 물빛이 밤새 압록바위를 돌아

  소리없이 흐르는 섬진강 상류다

  아침이면 무지갯빛 햇살을 안고 넌출넌출 은어 떼가 튀어오르는

  풀빛이 곱게 누운 강둑에서 검정고무신을 신고

  해종일 강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언제라도 저 은어처럼 큰 세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늦은 동부 꽃이 밭이랑 지던 날이었다

  밤이 깊은 완행열차 안에서 차츰 압록의 강물이 멀어지고

  새삼 가난한 저녁상에 오르던 재첩국이며

  강가에 피던 달맞이 꽃이며 강 위를 날던 소리개의 붉은 눈빛이며

소꿉장난 하던 살구나무집 가시나의 동그런 얼굴이

  물수제비 치듯 떠올랐다

  수심 깊은 세상의 강물에 회오리처럼 떠밀려 다니면서도

  한 번도 그날의 물빛을 잊어본 적이 없다

  귀밑머리가 듬성듬성 쉰 갈대처럼 군락진 지금도

  천리 떨어진 북한강 기슭 해지는 선술집에 앉아

  그날의 강물을 따라 마시고 있다

 

 

- 서양원 시집 물의 정원(2017, 시선사)에서

 


2011시선으로 등단

시집 훨훨』 『꿈꾸는 것은 아름답다』 『너에게 묻다』 『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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