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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9 10:4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90  

꽃나무 곁에서 쓰기

 

   양현주

 

 

꽃아 너, 그뿐

한 계절을 놓고 목숨 걸어야 하니?

 

나무가 즐겨 입던 꽃무늬 셔츠가 바람에 벗겨졌다는

소식이 왔다

점심에 먹은 뼈다귀해장국 등뼈가 와락

나무 등걸을 껴안았다

짐승이 된다는 것은 무시로 혀를 깨무는

위험

 

달이나 별, 바람까지 구미가 당긴다

십 년이 흘러도 당신의 몸피는 달콤하다고 전송했다

 

꽃이 아니 올 듯

모가지를 내놓는 순간, 기다림은 길을 낸다

생각이란 하면 할수록 곰삭은 말로 펼쳐지는 것

쉽게 태어나는 말은 없다

 

말을 낳는 것은 꽃을 낳는 것보다 아프다

태아로 남아있는 당신의 언어

가만히 붉어져 속으로

꽃 핀다

 

정확한 것은 말이 아니라 눈빛

속일 수 없는 것은 나무의 몸짓이다 아, 저 봄이 흔들리고 있다

꽃은 피는 밤이 길고 나무는 지는 시간이 짧다

꽃말이 흩날린다

 

- 양현주 시집 구름왕조실록(2018,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당선 시집)에서

 

yanghyounjoo-150.jpg

 

충북 괴산 출생

2014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구름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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