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1-11 10: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23  

리의 탁란

  강희안

 

 

저 흉악한 오리는 대체

몇 개의 알이나 닭의 둥지에 숨겨놓은 걸까

까끌까끌한 보리 모개를 먹었는지

오리들이 꽤액 꽥 숨넘어가고 있다

둥근 주둥이를 벌리며 목청을 세우고 있다

가끔씩 닭의 문간에선

병아리의 부화가 시작되었는지

콕콕콕, 생명의 코크를 여는 소리, 소리

게슴츠레 눈을 뜬 병아리들이

일제히 희디흰 부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놈들은 빛을 두려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누구도 애써 눈을 감지 않는 것이다

잠시 눈꺼풀에 걸려 있던 졸음이

세계를 한 번 기우뚱거리게 했을 뿐이다

스스로 진공의 주검을 깨뜨린 자만이

온전한 몸을 얻을 수 있는 법

오리들이 구룩구룩 가래 끊는 소리를 내며

금단의 영역을 기웃대자

어미닭이 날카로운 부리로 go!gogogo!

저리 썩 물러나라고

잠시나마 서슬 붉은 눈을 부라렸던가

저리도 여린 발길질에

당찬 계관마저 조아렸던가

어미닭이 두꺼운 오리알을 쪼아대는 사이

그들은 그간 열심히 부풀린 부리로

차디찬 어둠을 베어 물 것이다

어미를 잃은 기억은

다시금 누군가의 부재로 대체될 것이다

새로 물려받은 넓적한 부리조차

곧 제 몸을 불리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 강희안 시집 오리의 탁란(2016, 미학)에서

 

  강희안.jpg

 

1965년 대전 출생

배재대 국문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0문학사상등단

시집으로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오리의 탁란

논저로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

공저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문학의 논리와 실제』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6650
1214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관리자 04-23 312
1213 봄비 / 안도현 관리자 04-23 429
1212 겹겹, 겹겹의 / 유희경 관리자 04-19 545
1211 두 음 사이 / 신영배 관리자 04-19 441
1210 동백 꽃잠 / 장상관 관리자 04-18 501
1209 뒤란의 석류나무는 이미 늙었으나 / 허영숙 관리자 04-18 437
1208 벚꽃 십리 / 손순미 관리자 04-17 610
1207 동백꽃이 떨어지는 이유 / 심강우 관리자 04-17 454
1206 그런 저녁 / 박제영 관리자 04-16 558
1205 몽골 편지 / 안상학 관리자 04-16 442
1204 꽃의 권력 / 고재종 관리자 04-13 766
1203 표변 / 이화영 관리자 04-13 583
1202 농담이라는 애인 / 조유리 관리자 04-12 667
1201 어린 나뭇잎에게 / 이수익 관리자 04-12 684
1200 나미브 사막에서 / 장승규 관리자 04-11 601
1199 맷집 / 박승류 관리자 04-11 571
1198 별천지 / 이소현 관리자 04-10 729
1197 진달래 / 윤제림 관리자 04-10 841
1196 오래된 연인 / 최기순 관리자 04-09 794
1195 봄꽃 천 원 / 김수우 관리자 04-09 807
1194 바늘 / 이승리 관리자 04-09 755
1193 B플랫 단조의 골목 / 김예하 관리자 04-05 782
1192 산수유 피는 마을 / 이 강 관리자 04-05 802
1191 산수유나무 / 이선영 관리자 04-04 772
1190 꽃의 자세 / 김정수 관리자 04-04 812
1189 연두의 저녁 / 박완호 관리자 04-03 772
1188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 김신영 관리자 04-03 848
1187 목련 / 심언주 관리자 04-02 927
1186 낯선 집 / 배창환 관리자 04-02 680
1185 망설임, 그 푸른 역 / 김왕노 관리자 03-30 937
1184 꽃, 무화과나무를 찾아서 / 이성목 관리자 03-30 801
1183 분홍 분홍 / 김혜영 관리자 03-29 953
1182 고마운 일 / 윤 효 관리자 03-29 945
1181 소만 / 조 정 관리자 03-27 921
1180 꽃 / 서영식 관리자 03-27 1170
1179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관리자 03-22 1322
1178 피는 꽃 / 한혜영 관리자 03-22 1440
1177 툭, 건드려주었다 / 이상인 관리자 03-20 1332
1176 파국 / 윤지영 관리자 03-20 1123
1175 빈 집 / 박진성 관리자 03-19 1340
1174 너의 귓속은 겨울 / 남궁선 관리자 03-19 1093
1173 봄비의 저녁 / 박주택 관리자 03-15 1807
1172 옛날 애인 / 유안진 관리자 03-15 1497
1171 봄이 오는 뚝길을 걸으며 / 윤석산 관리자 03-14 1550
1170 저녁 7시, 소극 / 윤예영 관리자 03-14 1247
1169 사막의 잠 / 진해령 관리자 03-13 1303
1168 퀘이사 / 양해기 관리자 03-13 1142
1167 돼지 / 곽해룡 관리자 03-06 1963
1166 호명 / 강영환 관리자 03-05 1661
1165 버찌는 버찌다 / 김 륭 관리자 03-05 150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