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1-19 16:3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46  

유역에서

 

  장옥근

 

 

서정춘 시인이 사십 년 걸쳐 썼다는 종소리가

지하 수유역에도 가루가루 우는데

수유역 4-4구역 의자에

부러진 삭정이처럼 노인이 누워 있다 마디마디 풀려서

팔과 다리가 축 처지고 눈을 닫아 버렸다

더 가야 하는데 조금 더 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철들지 않을 때부터 달려왔는데,

수유3동 콩나물 놀이터 옆 에미 없는 일곱 살 다섯 살

손주들이 있는 청안빌라 내 집까지 가야만 하는데

짧은 겨울해가 붉게 멈칫거리는 북한산에

검은 까마귀 한 마리 길게 날아간다

단단해져야 할 세월을 한 귀퉁이도 무심으로 넘지 못했으니

가느다란 바지 끝에 찬바람이 스칠 때마다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내 삶 한 켠에 자라나는 올망졸망 다섯

내 새끼들 배를 채워 주기 위해

얼마나 손마디 굵은 시간들을 보냈던가

예기치 않는 곳에서 불쑥 삶의 끝자락을

마주한 그가 지금

어느 날 지하철 창문에 스치듯 비치던

제 모습을 다시 바라본다

눈을 감은, 벙그러진 입속으로

어머니의 붉은 젖꼭지가 들어온다

 

- 장옥근 시집 눈많은 그늘나비처럼(2017, 문학들)에서

 

 

jok.jpg

전남 구례 출생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13시와 경계로 등단

시집 눈많은 그늘나비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40050
1322 뿌리의 생각 / 최금진 관리자 08-14 137
1321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죠 / 장석주 관리자 08-14 97
1320 코너 / 정영효 관리자 08-10 264
1319 늪의 입구 / 연왕모 관리자 08-10 231
1318 소라껍질 모텔 / 김효은 관리자 08-08 293
1317 5호선 / 나기철 관리자 08-08 264
1316 닫힌 문 / 백우선 관리자 08-07 311
1315 문어탕 / 김상미 관리자 08-07 216
1314 가정의 행복 / 김 안 관리자 08-06 309
1313 오이에 대한 오해 / 이용헌 관리자 08-06 230
1312 아름다움에 대하여 / 윤제림 관리자 08-03 518
1311 젖다 / 마경덕 관리자 08-03 409
1310 푸른 용수철 / 박현수 관리자 08-02 368
1309 의자들 / 이명윤 관리자 08-02 383
1308 밤 속의 길 / 김해자 관리자 08-01 439
1307 핑크 / 임혜신 관리자 08-01 378
1306 불가능한 호 / 박장호 관리자 07-31 338
1305 햇살 통조림 / 이향지 관리자 07-31 340
1304 사랑의 출처 / 이병률 관리자 07-30 543
1303 낚시터 여자 / 이영광 관리자 07-30 424
1302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관리자 07-27 624
1301 뒤늦게 열어본 서랍 / 최예슬 관리자 07-27 565
1300 총잡이 / 이동호 관리자 07-26 481
1299 가을에 핀 배꽃 / 이만구 관리자 07-26 610
1298 순간의 꽃 / 김용두 관리자 07-24 831
1297 적산가옥 / 신미나 관리자 07-24 585
1296 별을 지나서 / 김영미 관리자 07-23 760
1295 비 개인 날의 오후 / 박미숙 관리자 07-23 665
1294 기상예보 / 김백겸 관리자 07-19 861
1293 모란 / 윤진화 관리자 07-19 850
1292 액자 속 액자 / 한정원 관리자 07-17 857
1291 나는 대기가 불안정한 구름 / 장승진 관리자 07-17 770
1290 드레스 코드 / 박종인 관리자 07-16 736
1289 거미박물관 / 박설희 관리자 07-16 676
1288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관리자 07-13 1109
1287 별빛 한 짐 / 이원규 관리자 07-13 999
1286 넙치 / 박성현 관리자 07-12 845
1285 먼지벌레 / 신혜정 관리자 07-12 856
1284 맹점의 각도 / 한성례 관리자 07-11 873
1283 적막 한 채 / 나병춘 관리자 07-11 866
1282 신도. 시도. 모도. / 이 권 관리자 07-10 899
1281 바람의 사어 / 이철우 관리자 07-10 969
1280 안옹근씨를 찾습니다 / 정 호 관리자 07-09 872
1279 풀잎 사랑 / 윤여옥 관리자 07-09 1132
1278 푸른 눈썹의 서(書) / 조경희 관리자 07-06 1089
1277 배낭이 커야 해 / 박형권 관리자 07-06 1032
1276 잘못된 음계 / 하재연 관리자 07-05 1091
1275 세상의 중심에 서서 / 이근화 관리자 07-05 1119
1274 옷의 감정 / 박춘석 관리자 07-03 1312
1273 식물의 꿈 / 이현호 관리자 07-03 119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