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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2 11:3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57  

볍고 가벼운

 

김 령

 

 

새벽 안개 속

화섬댁 리어카 끌고 물질 나선다

숨을 참고 병과 박스를 건져 올린다

오래 머문 곳은 어디나 집이 되어서

빈 병은 자꾸 손을 뿌리치고

박스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그녀의 생에서 빠져나간 이름들

가만가만 온기 보태어 묶으면

주름진 손고랑을 채우는 바람

 

등대이던 아들 따라 뭍으로 온 화섬댁

숨비 소리 같은 아들 떠나고

리어카는 온기를 잃었다

인적 끊긴 해거름녘

골목길 깡통에 세든 노을

대문을 기웃거린다

 

그녀 마른 기침으로 물질 나간 날

바다 한 가운데 갇혔다

조금 더 가면 저기 부표인데

화섬댁 하늘로 날아오르고

바닥엔 흰 새 한 마리

한 호흡만 참았다면, 그녀

그리던 섬에 닿았을까

 

물결이 모래 그림 지우듯

바퀴는 새의 날개를 넘나든다

잠시 드러났던 바닥

다시 밀물 차오른다

 

그리운 꽃섬

그녀, 도착했을까

 

 - 2017시와 경계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김령.jpeg

전남 고흥 출생

2014년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상(시부문)

2017시와 경계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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