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성일 : 18-01-29 14:5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40  

상 장부

 

     이종원

 

 

비포장도로 끝

세월의 발걸음 짚어놓은

녹슨 양철 지붕이 누워 있다

햇살이 깨진 유리창 쪽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선다

젊은 아낙은 노파로 바뀌었고

가판대는 듬성듬성 머리가 빠져

곧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어딘가 낡은 부적으로 걸려 있을 지도를 찾는다

십여 개 암호를 차례로 호출하지만

일치하는 숫자는 겨우 서너 개

그도,두부 막걸리 소주 같은 일반 명사일 뿐

눈깔사탕, 라면땅 등은 고어(古語) 되어 묻힌 지 오래다

노인도 나도 멋쩍은 웃음으로

기억의 자물쇠를 겨우 푼다

공소시효 끝난 아득히 먼 날

어머니 이름을 팔아 달콤한 맛을 수없이 도적질했던

그 물목들이 비문으로 서 있다

상환하지 않아도 될 영의 숫자에

속죄의 눈물로 다 지우지 못할 낡은 수첩

먼 길 떠나며 원본까지 가져가 버려

흔적 또한 없다는 것

침묵에 잠든 어머니를 깨워 몇 배로 갚아주고 싶다

 

- 이종원 시집 외상 장부(시와사람, 2017)에서

 


jj.jpg

 

2013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외상 장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오늘의 시 등록 관련 안내 관리자 07-19 33872
1154 마늘밭의 꿈 / 이건청 관리자 02-21 83
1153 취한 여행자들을 위한 시간 / 서영처 관리자 02-21 75
1152 재가 / 정호 관리자 02-20 153
1151 은유, 봄 / 김택희 관리자 02-20 162
1150 허공에 검은 선을 그으며 / 이재연 관리자 02-19 285
1149 붉은 나무들의 새벽 / 정용화 관리자 02-19 245
1148 양철굴뚝과 나팔꽃 / 유창성 관리자 02-14 436
1147 껍데기론 / 신단향 관리자 02-14 366
1146 개같은 사랑 / 최광임 관리자 02-12 568
1145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 양애경 관리자 02-12 509
1144 오렌지에 대한 짧은 생각 / 김부회 관리자 02-09 565
1143 발/ 권기만 관리자 02-09 506
1142 칼갈이 스다께씨 / 김미희 관리자 02-07 568
1141 막판이 된다는 것 / 문보영 관리자 02-07 593
1140 0도와 영하 1도 사이 / 조현석 관리자 02-05 708
1139 사과하는 방법 / 신이림 관리자 02-05 663
1138 바깥의 표정 / 이해존 관리자 02-02 816
1137 드라마에 빠지다 / 나호열 관리자 02-02 715
1136 겨울 변주 / 정다인 관리자 01-31 902
1135 낙타는 묶여 있던 밤을 기억한다 / 오 늘 관리자 01-31 788
1134 오래된 울음 / 이진환 관리자 01-30 882
1133 설핏 / 김진수 관리자 01-30 731
1132 외상 장부 / 이종원 관리자 01-29 741
1131 희나리 / 향일화 관리자 01-26 1250
1130 겨울 병동 / 최충식 관리자 01-26 885
1129 정오의 꽃 / 오시영 관리자 01-25 929
1128 자전거 바퀴를 위한 레퀴엠 / 안정혜 관리자 01-25 827
1127 파도타기 / 정호승 관리자 01-23 1095
1126 불멸의 꽃 / 김광기 관리자 01-23 932
1125 죽은 파도에 관한 에필로그 / 전비담 관리자 01-22 951
1124 가볍고 가벼운 / 김 령 관리자 01-22 999
1123 수유역에서 / 장옥근 관리자 01-19 1115
1122 다른 교실 / 서동균 관리자 01-19 994
1121 문지방을 넘다 / 임성용 관리자 01-18 1100
1120 밤 산책 / 이정민 관리자 01-18 1062
1119 헌 돈이 부푸는 이유 / 채향옥 관리자 01-17 1079
1118 짐 / 유행두 관리자 01-17 1022
1117 캄캄절벽이 환하다 / 채재순 (1) 관리자 01-16 1119
1116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 진수미 관리자 01-16 1050
1115 문득, 이 따뜻한 / 류현승 관리자 01-15 1280
1114 내 안의 내원궁 / 김판용 관리자 01-15 1047
1113 작금바다를 지나며 / 이은봉 관리자 01-12 1264
1112 자오선 / 한성례 관리자 01-12 1161
1111 오리의 탁란 / 강희안 관리자 01-11 1195
1110 포옹 / 이기성 관리자 01-11 1271
1109 꽃나무 곁에서 시 쓰기 / 양현주 관리자 01-09 1446
1108 개밥바라기 / 김종태 관리자 01-09 1249
1107 마음의 문신 / 정공량 관리자 01-08 1315
1106 화장터 고양이 / 이승리 관리자 01-08 1292
1105 바람이 불면 돌아갈 수 있다 / 이일림 관리자 01-05 163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