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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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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3 10: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76  

주의 시간


      박현솔

 

 

  국수를 삶으며 직선의 행적을 따라간다 직선은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가 흐물흐물 곡선이 된다 물의 결이 뭉치지 않고 돌개바람을 만든다 이제 회오리는 뜨겁고 짜다 면발들의 탄성을 가늠할 때 혀는 정직해지고 오래된 탐욕만이 위장 속으로 흘러든다 

 

  인류가 먹었던 가장 오래된 국수의 흔적을 황하강 유역에서 발견했을 때 당시 오래 살기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죽고 없다 면발의 실크로드를 따라 장수의 염원만이 이어져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생명의 길, 욕망의 길, 유혹의 길 

 

  그 실크로드의 기억을 입 안에 밀어 넣으며 내 몸이 가늠하는 삶과 죽음의 교차 지점을 건넌다 권력자들은 더 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악마와 거래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생각한다 줄에 매달려 늘어진 목각인형의 핏기 없는 팔과 다리……굶주린 회오리바람이 그림자를 잽싸게 낚아채간다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결코 오래 살 수 없었던 사람들과 삶의 매순간을 미련 없이 버린 사람들이 별똥별로 사그라지는 시간……정성껏 끓인 한 그릇의 국수를 앞에 두고 몇 가닥은 과거로 또 몇 가닥은 미래로 흘려보내는 순간, 어디선가 면발 한 올을 물고 새떼들이 북반구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박현솔 (시마을).png

 

 

제주 출생

아주대대학원 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1999<한라일보>신춘문예와 2001현대시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달의 영토』 『해바라기 신화

저서한국 현대시의 극적 특성

2005년과 2008년 한국문예진흥기금 수혜

경기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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