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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9 09: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29  

너의 귓속은 겨울

 

   남궁선

 


전나무 숲에 하얀 꼬리의 여우들이

알전구처럼 빛난다 눈이 내리고 있구나

나는 까치발을 들고 창밖을 바라본다

잎사귀에 촘촘히 박혀 있는 바람

 

검은 손의 너는 내 어깨 위로 기어오르고

가느다란 팔로 목을 감싼다

검은손거미원숭이야, 우리는 한 번의 겨울도 가져 본 적 없지

 

눈밭 위에 맨발로 꽃잎을 그려 넣을 때

나는 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아야겠구나

발가락에 닿는 차갑다는 감촉은 어떤 느낌일까

 

발꿈치를 내리고 침대로 돌아와

웅크리고 앉는다

 

투명하고 뾰족한 얼음 조각에 스며드는

어떤 열기에 대해 상상한다

 

검은손거미원숭이야

내 목을 감싸고 있는 날카로운 손톱을 조금 더 눌러 준다면

붉고 따뜻한 것이 부드럽게 흘러내릴 텐데

 

하얀 꼬리의 여우들은 볼 수 있을까 내 방 가득 차오르는 눈물

얼음가시에 찔려 빨갛게 터지는 두 발

 

 

- 2011시작등단작 중에서

 

namkoongsun-150.jpg

2011시작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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