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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9 09:4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67  

빈 집

 

박진성

 

 


  당신은 내게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음악 파일을 보내왔다 나는 비상구를

찾고 있었고 아득한 계단의 끄트머리쯤 당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벼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측백나무 한 그루가 늦겨울의 햇살을 찌르고 있었고 낡은 모니터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메일이 세 통 와 있었고 꿈결인 듯 잠결인 듯 당신의 머릿결이 만져졌다 나의

신경은 날카로워져서 마우스의 화살처럼 뾰족한 측백나무 이파리를 자꾸만 떼어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부팅이 되지 않았다 죽은 歌手들이 살던 당신의 집은 검은 비닐봉지 같은

모니터에 잠기고, 계단의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당신의 집에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황사 무렵, 반지하 방 낮은 창으로 모래가 쓸려와 마우스가 서걱거렸다 까끌까끌한 손으로

당신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당신이 쓴 라든가 음악 파일 몇 개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죽은 가수는 계속 노래하고 있었고 브룩클린으로 간 당신을 생각하자 나는 윈도우 종료음

처럼 쓸쓸해졌다 암호 같은 사랑, 내가 0이었을 때 당신은 1이었을 뿐 그랬을 뿐

  

 


박진성.jpg

1978년 충청남도 연기 출생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2001현대시등단

시집 아라리』 『식물의 밤』 『목숨

에세이집 청춘착란』 『미완성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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