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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04 10:0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72  
   꽃의 자세 


      김정수

 

      

속을 꺼내 널자

환멸이 올라왔다

 

주춤주춤

담장 밖 맴돌던 손이 구름 속을 헤집어

꽃의 모가지를 낚아챘다 갇혀 있던 물 번져

길에 방화범을 풀어놓았다

 

탐스러운 한기(寒氣)로 겨울을 버틴 덩굴장미가

와락, 노란 혀를 내밀었다 트럭이

개처럼 짖으며 달아났다 바람이 덜컹거리는 짐을

채소와 과일로 구분하곤 굴러떨어졌다

 

창백한 뺨이 속도의 기색을 살피고 사라지자

꽃병의 눈금이 달로 기울었다

 

새로운 종()으로 태어난 덩굴장미가

시간 속에 앉아 귀를 물들였다 익숙하지만 그대로인 꽃병이

꽃의 자세를 일으켜 세웠다

 

부끄러운 감정이 뒤에서 서성거렸다

 

물을 끌어당기는 것은 조금 진실을 닮았다

오래된 말이 다 익었다

 


   —《시현실》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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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경기도 안성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현대시학등단

시집 서랍 속의 사막』 『하늘로 가는 혀

2013년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8회 경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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